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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체르노빌 원전 지역 활보한 러시아군, 방사능 피폭 우려

등록 2022-04-10 14:11수정 2022-04-11 02:02

1986년 사고로 차단된 ‘붉은 숲’에 주둔
탱크·불도저로 짓밟아…“맘대로 다 했다” 증언
“주둔했던 러시아군, 방사능 질병 예상해야”
“방사능 코발트60 맨손으로 만지기도”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지난 8일 모습.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일인 2월24일 이 원전을 점령해 한 달 이상 머물다가, 3월31일 우크라이나에 원전 운영권을 넘기고 철수했다.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지난 8일 모습.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일인 2월24일 이 원전을 점령해 한 달 이상 머물다가, 3월31일 우크라이나에 원전 운영권을 넘기고 철수했다.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북부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를 점령했다가 철수한 러시아군이 방사능 노출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무시한 채 이 지역을 마음대로 헤집고 다니다 피폭된 정황이 확인됐다.

9일 <시엔엔>(CNN) 등 주요 외신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1986년 원전 사고로 인해 토양에 고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남아있는 차단 구역인 ‘붉은 숲’ 지역에 참호와 벙커를 파고 약 한 달 동안 주둔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군은 탱크와 불도저로 이 구역을 짓밟았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기업 에네르고아톰의 페트로 코틴 대표는 전문가들과 함께 붉은 숲 지역을 방문한 뒤 여전히 “비정상적으로 높은 방사능이 측정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곳 토양 표면 방사능 수치는 정상보다 160배까지 높을 수 있다며 “붉은 숲에 거의 30일 동안 머물렀던 모든 점령군은 다양한 수준의 방사능 질병을 예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르만 갈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장관도 러시아군이 군화에 붉은 숲의 토양을 묻힌 채 원전 사무실에 들어와 방사능 수치를 높였다면서 “정말 미친 짓이다. 왜 붉은 숲으로 갔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에네르고아톰은 또 러시아군이 원자력안전연구소 사무실과 실험실에서 컴퓨터와 사무실 집기를 약탈해가고, 실험실 장비와 측정 도구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체르노빌 원전의 안전기술책임자인 발레리 시묘노프 역시 “그들은 위험하니 하지 말라는 우리 말을 무시하고 하고 싶은 대로 뭐든지 다 했다”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그는 러시아의 한 화생방 부대 병사가 체르노빌 원전 폐기물 저장고에서 방사성 물질인 ‘코발트60’을 맨손으로 집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묘노프는 이 병사의 방사능 피폭량이 몇 초 만에 가이거 계측기의 측정범위를 넘어설 정도로 높았다며, 이후 이 병사가 어떻게 됐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러시아군이 점령 중이던 지난달 중순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하고 있는 냉각수조에 전기공급이 끊겨 화재 위기에 처했다가 재빨리 수습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 안전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러시아 병사들 가운데 방사능 질병 발생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사능 피폭으로 인해 발생하는 암 등 건강상의 문제는 수십년의 시차를 두고 발생할 수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 침공과 동시에 체르노빌 원전을 장악했다. 하지만, 지난달 311일 러시아군 전체가 수도 키이우가 있는 북부 전선에서 벗어나면서 체르노빌 원전 운영권을 우크라이나에 이양한 뒤 철수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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