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공격이 북동부 하르키우와 동부 돈바스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10일(현지시각) 한 여성이 러시아의 공격으로 파괴된 하르키우의 한 아파트 앞을 지나가고 있다. 하르키우/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한 달 반 이상 지속되는 가운데 전선이 동부 돈바스와 북동부 하르키우에 집중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은 10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 주변으로 속속 집결하면서 동부 돈바스와 인접한 도시 이줌이 최대 교전지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보도했다. 이줌은 하르키우에서 동남쪽으로 120㎞ 정도 떨어진 도네츠크주 인근 도시다. 올레흐 시녜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이날 러시아군이 이줌 지역으로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군이 이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격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군 정보 당국은 친러시아 반군 세력으로 구성된 ‘루간스크(루한스크)인민공화국’이 공장 노동자 등을 전투에 동원하기 위해 징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군 당국은 그동안 ‘전략 기업’으로 분류돼 징집 대상에서 빠졌던 기업의 노동자들까지 러시아군이 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9일 하르키우와 중동부 드니프로, 남부 해안 도시 미콜라이우 등지의 우크라이나 군 시설 86곳을 공격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러시아군은 두 곳의 통제소, 두 곳의 탄약 보관소, 49곳의 군 장비 보관소 등을 공격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이번 공격으로 드니프로 공항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이 지역 우크라이나군 당국이 전했다.
지난 8일 러시아군의 폭격을 당한 동부 도네츠크주의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 사건 희생자는 10일까지 사망 57명, 부상 109명으로 확인됐다고 주 정부가 밝혔다. 러시아군은 도네츠크주에서 탈출하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던 주민 수천 명이 있던 이 기차역을 공격했으며, 당시 기차역에 있던 이들은 주로 여성과 아이들이었다고 <비비시>가 전했다.
‘부차 학살’ 의혹에 이어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 공격까지 이어지면서 협상 분위기는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크라마토르스크 공격까지 이어지면서 협상을 생각하기가 아주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엔비시>(NBC) 방송 인터뷰에서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변명거리만 찾는 이들과는 마주 앉는 것조차 생각하기 아주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러시아인들과 마주 앉으면 학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에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덧붙여 협상 자체를 배제하지는 않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러시아군이 철수한 체르노빌 원전에서 3주 만에 근무자 교대가 이뤄졌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 9일 이뤄진 근무자 교대는 러시아군이 2월 하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두번째로 이뤄진 것이라고 원자력기구는 설명했다. 원자력기구는 원전 내 방사능 감시 시스템이 있는 연구소가 파괴되고 분석 장비가 도난당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알려왔다며 조만간 지원팀을 현지에 보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카를 네하머 오스트리아 총리가 11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이 만나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푸틴 대통령이 서방 지도자를 직접 대면하는 첫번째 사례가 된다. 네하머 총리는 러시아 방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다리를 놓기 위한 것이라며 “전쟁을 끝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