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소도시 보로단카의 교회에서 10일 주민들이 음식물을 배급받고 있다. 보로단카/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두 나라는 물론 주변 각국의 경제가 코로나19 사태 발생 직후보다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에선 인구 5명 중 1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이란 암울한 예측도 있다.
세계은행은 10일(미국 시각) 펴낸 보고서에서 “지난 1월까지만 해도 3% 전후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중동부 유럽과 중앙아시아 일대 22개국 경제가 전쟁의 여파로 올해 4.1%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은행 쪽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위축 때보다 2배 정도 충격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전쟁으로 도로·철도·항만 등 기반시설 피해가 심각해 우크라이나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체 인구의 1.8%에 그쳤던 하루 생활비가 5.5달러(약 6800원) 이하인 빈곤층의 비율이 올해는 19.8%까지 폭증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 각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 경제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세계은행은 “전쟁의 강도와 기간에 달려있긴 하지만 올해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45.1% 가량 감소할 것”이라며 “러시아 역시 11.2%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전쟁이 불러온 식량·에너지 위기가 물가인상 압박으로 이어지면서 주변 각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세계은행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밀 수입량의 75% 가량을 의존하고 있는 아르메니아·조지아·카자흐스탄·터키 등에선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폭등으로 식량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국가들도 전쟁의 유탄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러시아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벨라루스(40%)와 아르메니아(25%)를 비롯해 남부 코카서스와 중앙 아시아, 발틱해 연안국가 등도 대러 수출 의존도가 10%를 넘고 있어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세계은행은 “키르기즈 타지키스탄 등은 러시아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가 보내온 송금액의 국내총생산의 30% 가량을 차지한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관광객이 전체의 10%를 넘는 조지아·몬테네그로·터키 등지의 관광 산업도 휘청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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