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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우크라만 관심 집중…“백인과 유색인 목숨 공평하게 주목받는가”

등록 2022-04-14 11:07수정 2022-04-14 11:42

세계보건기구, 아프리카·중동 위기 강조
예멘·시리아·아프간·에티오피아 분쟁 중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 등 4개 기구 성명
“식량위기 빈국에 식량·금융 지원 시급”
식량값 1%p 오를 때 1천만명씩 극빈층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연합군과 반군의 교전으로 폐허가 된 예멘 서부 지역에서 피란민들이 식량을 배급받고 있다. 호데이다/AF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연합군과 반군의 교전으로 폐허가 된 예멘 서부 지역에서 피란민들이 식량을 배급받고 있다. 호데이다/AFP 연합뉴스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에 침공당한 우크라이나 지원에 집중하는 가운데 아프리카 등의 분쟁 지역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 속에 외면당하고 있다고 국제 기구 지도자들이 일제히 지적하고 나섰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13일(현지시각) 온라인 기자 회견을 열어 전세계가 우크라이나에만 관심을 기울이면서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예멘, 아프가니스탄, 시리아의 인도주의 위기는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세계가 정말 흑인과 백인의 목숨에 공평하게 주목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전했다.

에티오피아 보건 장관을 지낸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3주 전 휴전이 선언된 티그라이 지역에는 인도주의 물품을 실은 트럭이 적어도 2천대는 들어갔어야 했지만, 지금까지 단 20대만 현장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우리가 말하고 있는 와중에도 사람들이 굶주려 숨지고 있다”며 이 지역에서는 “에티오피아군과 에리트레아군이 근대 역사상 가장 길고 극심한 수준의 포위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물론 중요하지만 다른 재앙에도 충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세계가 인류를 똑같이 취급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직설적이고도 정직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며 “세계가 양식을 되찾고 모든 인간의 목숨을 공평하게 다루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계 언론이 티그라이에서 에티오피아군 등이 벌이고 있는 잔악 행위를 제대도 취재·보도하지 않고 있는 것도 함께 비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미국 등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집중하는 와중에 예멘과 아프가니스탄 등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원도 줄고 있다. 유엔은 사우디가 이끄는 연합군과 반군 세력의 전쟁으로 폐허가 된 예멘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43억달러 규모의 모금을 추진하고 있으나, 지난달까지 36개국이 13억달러 지원을 약속한 데 그쳤다. 예멘의 보건 전문가 아시마한 알바다니는 “예멘 주민들이 극악한 상황에서 고통받고 있는데도 여러나라 정부가 지원금을 줄이고 있다”며 “국제 공동체는 예멘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무역기구(WTO) 대표들도 이날 공동 성명을 내어 코로나19에 이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위기에 처한 가난한 나라들에 대한 긴급 식량 지원 등을 촉구했다. 공동 성명은 다음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합동 총회를 앞두고 나왔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 등 4명은 성명에서 “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복합적인 위기로 흔들리고 있다”며 “생활 필수품 가격 폭등과 공급 부족으로 세계에서 수백만명이 빈곤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식량 위기 등이 가난한 나라들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지만 중간 소득 국가들도 날로 취약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은 식량 가격이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전세계에서 1천만명이 극빈층으로 전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대표들은 지적했다.

국제 기구 대표들은 “식량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충격이 많은 나라에서 사회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며 국제 사회에 긴급 식량∙금융 지원 등의 행동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농업 생산을 최대한 늘리고 무역을 촉진함으로써, 전세계적인 식량 위기에 공동 대처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모든 나라에 개방적인 무역을 유지하고 식량과 비료 등에 대한 수출 금지 등의 조처를 피할 것을 촉구한다”며 “특히 세계식량계획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구입한 식량의 반출을 막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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