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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우크라 침공이 부른 ‘안보 딜레마’…유럽, 공멸의 길로 가나

등록 2022-04-15 15:25수정 2022-04-15 15:48

러, 나토 가입 저울질 핀란드·스웨덴에 ‘핵 증강 배치’ 위협
서유럽이 ‘강 대 강’ 대응하면, 악순환 커지며 공멸할 수도
지난 8일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의혹이 제기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도시 부차를 방문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현장을 둘러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부차/AP 연합뉴스
지난 8일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의혹이 제기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도시 부차를 방문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현장을 둘러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부차/AP 연합뉴스

핀란드와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저울질하자, 러시아가 발트해 연안에 핵무기와 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두달째로 접어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나토와 러시아 양쪽 모두에 ‘안보 딜레마’를 부르며, 냉전 이후 유지돼 온 유럽 대륙의 지정학적 균형을 뒤흔들고 있다.

15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면 발틱해 인근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 육·해·공군 능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핀란드·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면 발트해 연안에선 더이상 ‘비핵 지대’를 얘기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어느 누구도 핵·초음속 미사일을 가까이 두고 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푸틴 대통령이 연임 제한 규정으로 대선에 출마하지 못한 지난 2008년~2012년 그를 ‘대리’해 러시아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다.

앞서 영국 <더 타임스>는 지난 11일 이름을 밝히지 않은 나토 당국자의 말을 따 “핀란드와 스웨덴이 이르면 올 여름께 나토에 가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지난 13일(현지시각) 스웨덴을 방문해 마그달레나 안데르센 스웨덴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앞으로 몇 주 안에 나토 가입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와 약 1300㎞에 이르는 긴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옛 소련)의 침공으로 국토의 9% 가량을 내준 뼈아픈 경험이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하면서 밝힌 전략적 목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애초 밝힌 우크라이나 침공의 논리는 △냉전의 유물인 나토가, 냉전 종식 뒤에도 확대됐다 △냉전의 다른 한축이던 러시아(옛 소련)가 주도하던 바르샤바 조약기구는 이미 사라졌다 △우크라이나까지 가입한다면, 러시아는 나토와 국경을 맞대야 한다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침공은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자신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러시아의 행보가 핀란드·스웨덴의 ‘안보 우려’를 키웠다는 점이다. 그 결과 2차대전 이후 ‘중립’을 표방하며 어느 한쪽의 편도 들지 않았던 두 나라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토 가입을 진지하게 타진하기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으로선 러시아의 안보 위협 해소를 위해 취한 행동이 핀란드·스웨덴의 안보 위협을 부추겨, 다시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을 만나게 된 셈이다. 전형적인 ‘안보 딜레마’다. 이를 두고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 폴리시>는 “터키가 남부에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발트해 연안 3국이 중부에서, 핀란드와 스웨덴이 북부에서 러시아와 대치하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다”며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민족주의 진영이 우려해 온 바로 그 ‘대연합’이 만들어진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날 메드베데프 부의장이 내놓은 핵·초음속 미사일 배치 위협은 새롭진 않은 내용이다. 그간 러시아는 미국의 유럽판 미사일 방어망(MD) 구축에 맞서 발트해 연안에 전술핵을 배치하겠다고 지속적으로 위협해왔다. 러시아는 실제 2018년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사이에 위치한 발트해 연안이자 러시아의 유일한 부동항인 킬리닌그라드에 이스칸데르 미사일 체계를 배치한 바 있다. 리투아니아 정부가 메드베데프 부의장의 경고 직후 “우크라이나 침공 훨씬 전에 발트해 연안에 핵무기가 배치돼 있다는 거 모두가 아는 일”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스칸데르 미사일 체계의 공식 사정거리는 500㎞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론 훨씬 먼 거리를 날아갈 수 있다는 게 일반적 평가”라며 “킬리닌그라드에서 베를린까지는 500㎞, 런던과 파리까지는 1400㎞ 가량 떨어져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가 킬리닌그라드에 핵무기를 증강 배치한다면, 서유럽 쪽의 ‘위기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서유럽이 이에 대응하는 조처에 나서면 안보 딜레마의 더 큰 악순환이 발생하며, 모두 공멸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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