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암 촘스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명예교수.
세계적인 반전 지식인인 노엄 촘스키(94)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명예교수가 핵전쟁을 피하려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촘스키 교수는 지난 13일 미국의 급진적 정치 매체 <커런트 어페어스>의 네이선 로빈슨 편집장과 핵전쟁 위협을 주제로 한 팟캐스트 대담에서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첫째는 “협상에 의한 해결”이고, 둘째는 지금처럼 “끝까지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끝까지 싸우는 방안’은 “핵전쟁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항전을 이끌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비판하려는 게 아니다. 존경할 만한 사람이고 위대한 용기를 보여줬다. 그러나 세계의 현실에도 주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촘스키 교수는“우리가 젤렌스키에게 전투기와 고급 무기를 제공할 수 있지만,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급격하게 끌어올리고 고급 무기 공급망을 공격할 수 있다. 그리고 모두를 완전히 파괴하는 핵전쟁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핵무기를 보유한 러시아가 실제로 이를 우크라이나를 대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촘스키 교수는 이런 측면에서 최근 “푸틴을 더 압박하고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등을 비판하기도 했다.
촘스키 교수는 다른 선택지인 ‘협상을 통한 해결’과 관련해 “우리는 유일한 대안은 외교적 해결이라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라며 “푸틴과 소수 측근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것으로, 추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촘스키 교수는 구체적으로 타협안의 “기본적인 틀은 우크라이나의 중립화, 아마도 우크라이나 연방 구조 안에서 돈바스 지역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는 것일 수 있다”며 “좋든 싫든 크림반도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우크라이나가 독립 지역으로 인정해야 하고, 2014년 러시아가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에 대해서도 러시아의 지배력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것이다.
촘스키 교수는 “당신은 이 방안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내일 허리케인이 오는데 ‘허리케인 안 좋아해’, ‘허리케인을 인정할 수 없어’라고 말만 해서는 그것을 막을 수가 없고,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 양보 방안이) 손에 닿을 듯한 것인지는 시도를 해봐야만 알 수 있는데, 우리는 그런 시도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어학자인 촘스키 교수는 베트남 전쟁을 신랄하게 규탄하는 등 미국의 대표적인 비판적 지식인으로 꼽힌다. 최근까지도 핵전쟁과 기후변화 위기를 경고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황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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