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발언에 옐런 등 회의장 박차고 나가…홍남기 등은 자리 지켜

워싱턴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에 항의
미·영·캐나다·우크라 등 퇴장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왼쪽 일곱번째) 등 일부 참석자들이 러시아 쪽의 화상연설이 시작되자 청취를 거부하고 회의장을 벗어났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왼쪽 다섯번째)가 트위터에 올린 퇴장 참석자들의 모습. AFP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에서 20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도중 서방 참석자들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러시아 재무장관의 연설 청취를 거부함으로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는 ‘퇴장 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날 회의에 대면 참석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유럽 국가 장관들은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이 화상으로 발언을 시작하자 집단으로 퇴장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 앤드루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등이 시위에 동참했다. 주요 20개국 회원은 아니지만 이번 회의에 초대된 우크라이나의 세르히 마르첸코 재무장관도 함께 회의장을 떠났다.

프리랜드 캐나다 재무장관은 트위터에 퇴장 참석자들의 사진을 올리고 “세계의 민주주주의 국가들은 계속되는 러시아의 공격과 전쟁범죄에 가만히 서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회의에서 러시아보다 먼저 발언을 마쳤으며, 러시아 쪽이 발언할 때 자리를 지켰다. 일본, 이탈리아, 독일 등도 회의장을 떠나지 않았다.

옐런 장관은 러시아 인사들이 참여하는 다른 세션들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시엔엔>(CNN)이 재무부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를 주요 20개국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러시아 퇴출을 위해서는 회원국 전체가 동의해야 하지만, 중국 등은 이에 반대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번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옐런 장관은 러시아가 참석하면 몇몇 세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예고해왔다.

옐런 장관은 지난 6일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어떠한 금융 기구에서도 러시아와 평소처럼 지낼 수 없다는 점에 분명히 동의한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