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대학생연맹 소속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반정부 시위대가 24일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 공관 주변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콜롬보/AFP 연합뉴스
최악의 경제 위기에 휩싸인 스리랑카에서 시위대가 총리 공관에 진입해 사임을 요구했다. 2주를 넘긴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갈수록 격렬해지는 모양새다.
25일 <콜롬보 페이지> 등 현지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전날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의 공관 포위 시위를 벌이던 스리랑카 대학생연맹(IUSF) 소속 학생 시위대 일부가 공관 내부로 진입했다. 이들은 라자팍사 총리와 그의 동생인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국회의원 전원의 사임을 촉구했다. 시위대가 총리 공관에 진입한 것은 지난 9일 반정부 시위가 본격화한 이후 처음이다.
이날 시위대가 항의의 수위를 높인 것은 그간 요구해 온 과도정부 구성에 대해 라자팍사 총리가 지난 23일 “과도정부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설령 필요하더라도 내가 주도해 구성할 것”이라고 정면으로 맞서고 나선 때문으로 보인다. 시위대의 공관 진입 당시 라자팍사 총리는 외출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여파 속에 기록적 물가 폭등과 만성적인 식량·에너지 부족사태가 겹치면서 스리랑카 경제는 ‘1948년 독립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 4일 내각이 총사퇴했지만, 시위대는 총리와 대통령을 맡은 라자팍사 형제까지 사퇴하라는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아에프페> 통신은 “스리랑카 집권당 소속 의원 40명도 전격 탈당을 선언하고,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제 정당이 참여하는 거국·과도 정부 구성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앞서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 12일 3550억달러 규모의 대외채무에 대해 일시적 채무불이행(디폴트)를 선언한 바 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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