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및 독일 등에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하는 야말-유럽 가스관.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남서쪽으로 130km 떨어진 냐스비주에 있는 이 가스관의 압축소에서 한 관리자가 점검 작업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가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가스 공급을 27일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서방의 제재에 맞서는 러시아의 보복 조처다.
폴란드 국영 가스회사인 PGNiG는 러시아 국영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이 천연가스 공급을 27일 아침부터 중단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불가리아 에너지부도 투르크스트림 가스관을 통한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27일부터 중단될 것이라고 고지받았다고 발표했다.
폴란드와 불가리아 관리들은 26일 러시아 루블로 가스 대금을 결제하기를 거부하자,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비우호적”인 외국 구매자들은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받을 때 달러나 유로 대신에 루블로 결제하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뒤 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국가들을 비호적인 국가로 지정했다.
유럽 국가에 대한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큰 경제적 고통과 혼란을 야기될 수 있다. 가스 등 에너지값 폭등으로 에너지 배급제 실시까지 우려된다. 특히, 독일은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 높다. 러시아의 루블 결제 요구 이후 유럽에서 가스 가격은 17%나 급등했다.
러시아 가스를 수입하는 유럽 국가들은 루블 결제 요구가 계약 조건 위반이라며 거부해왔다. 하지만, 우파적 정치인으로 푸틴과 관계가 좋은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지난 6일 러시아가 요구한다면 루블 결제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루블 결제를 요구하는 이유는 서방의 경제제재로 한때 폭락했던 루블 가치를 지키려는 조처다. 러시아 가스 유럽 판매 대금 60%는 유로로 결제되고, 나머지는 달러로 결제된다.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지원 등이 강화되자, 러시아는 맞불 조처를 예고해왔었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장 강력히 비판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적극적인 국가이다. 폴란드는 또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무기의 통로다. 폴란드 정부는 이번 주 들어서 우크라이나군에 탱크를 제공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폴란드는 또 이날 가스프롬을 비롯해 러시아의 정경유착 재벌을 뜻하는 올리가르히 및 기업 50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러시아와 친밀했던 불가리아는 지난해 후반 새로운 자유주의적 정부가 들어선 이후 러시아와의 관계를 축소해왔다. 불가리아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지지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동참해왔다. 키릴 페트코프 총리는 27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추가적인 지원을 논의할 예정이다.
폴란드는 연간 약 90억㎥의 가스를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이는 폴란드 가스 수요의 45%에 해당한다. 폴란드에 수입되는 러시아 가스는 벨라루스를 거쳐서, 폴란드, 독일까지 이어지는 야말 가스관을 통해 들어온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을 마치고 "우리는 가즈프롬으로부터 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면서 "폴란드 가스 저장고는 76% 비축된 상태고, 폴란드는 가스 공급처 다양화를 위해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안나 모스크와 폴란드 기후장관은 폴란드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지난 몇년 동안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폴란드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할 수 있는 터미널을 만들었고, 지난해에는 노르웨이로부터 가스를 공급받는 가스관도 개통했다. 모스크와 장관은 트위터에서 “폴란드 가정에서 가스 부족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불가리아는 소비되는 가스의 9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