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열린 유엔 총회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결의가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유엔 누리집 갈무리
유엔 총회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비토) 행사를 제한하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27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유엔 총회는 전날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특정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업무일 기준 열흘 안에 총회에 출석해 거부권 행사의 이유를 설명하고 회원국 간 토론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는 유엔 사무와 관련된 내용이어서 곧바로 발효됐다.
유럽의 소국 리히텐슈타인 공국 주도로 90여개국이 공동 발의한 결의는 미국·영국·프랑스 등의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지지를 얻으며 표결 절차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애초 2년여 전부터 안보리 개혁 관련 논의 진행됐으나 큰 진전을 거두지 못하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틀 뒤 추진된 안보리 결의가 무위에 그치면서 급진전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러시아는 즉각적인 적대행위 중단 및 철수 촉구를 뼈대로 하는 결의안에 거부권를 행사한 바 있다.
<알자지라> 방송 집계를 보면, 1946년부터 2022년 2월25일까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모두 262차례다. 이 가운데 러시아(옛 소련 포함)가 119차례로 가장 많고, 미국인 82차례로 뒤를 이었다. 영국(29)-중국(16)-프랑스(16)가 그 뒤를 이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외교 소식통은 방송에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 기존보다 더 큰 정치적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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