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이 위험한 상태라고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27일(현지시각) 경고했다. 자포리자 원전 전경. 니코폴/AFP 연합뉴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27일(현지시각)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이 위태롭다고 경고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날 <에이피>(AP) 통신 인터뷰에서 유럽 최대 규모인 이 원전의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 원전은 수리가 필요하지만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원전이) 계속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포리자 원전 안전이 현재 우크라이나 원전과 관련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제원자력기구가 자포리자 원전 수리 등을 위해 현장에 접근하려고 시도해왔으나, 아직까지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관들이 현장을 점검하고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원자력기구 본부와 이 원전의 통신망을 재연결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두쪽의 도움이 모두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전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 그는 “이해는 하지만, 우크라이나 쪽은 제3국의 통제 아래 있는 시설에 원자력기구 조사관들이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나는 어제 밤 젤렌스키 대통령과 이 문제를 오래 논의했으며 아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 정부에 원자력기구의 자포리자 원전 접근을 허용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으나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며 조만간 러시아 쪽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자포리자 원전에서는 원자로 2기가 가동 중이며 나머지 4기는 수리 중이거나 냉각 중이다.
러시아는 지난달 초부터 우크라이나 중부 지역에 있는 자포리자 원전을 점령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1986년 대규모 방사능 유출 사고가 났던 체르노빌 원전 단지도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에 점령했다가 지난달 말 통제권을 우크라이나에 넘기고 철수했다. 체르노빌 원전 상황을 관찰하기 위한 원격 감시 시스템은 아직 국제원자력기구와 연결되지 않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현재 우크라이나 4개 원전 시설의 원자로 15기 가운데 7기가 전력망과 연결된 상태라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알려왔다고 밝혔다. 나머지 8기는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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