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의 본사 빌딩. 러시아는 가즈프롬이 유럽에 수출하는 가스의 결제대금을 루블화로 지불하라고 요구해, 유럽 국가들은 이를 충족하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러시아의 가스 중단 위협에 독일 등이 러시아가 요구하는 ‘루블 결제’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27일 루블 결제에 응하지 않는 불가리아와 폴란드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27일 베를린은 러시아의 루블 결제 요구에 응할 수 있다며 “지불은 유로화로 하고 나서 가즈프롬방크에 의해 소위 케이(K) 계좌로 이체될 것이다. 이는 제재와 양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31일 서구의 러시아 제재에 대한 보복 조처로 ‘비우호국’들은 러시아산 가스 구입 대금을 달러·유로가 아닌 루블로 결제하라는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가스 구매자들이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즈프롬이 세운 은행 가즈프롬방크에 특별 ‘케이’(K) 루블 및 외환계좌를 만들어 대금을 지급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이 계좌에 유로로 대금을 지급하면, 루블화로 자동 환전돼 가스대금이 결제되는 방식이다.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 이 방식이 유럽연합(EU)의 대러 제재 방침과 양립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러시아의 요구에 응하기로 한 것이다.
러시아 가스를 수입해 공급하는 독일 가스회사 우니페르와 오스트리아 OMV 역시 러시아의 요구과 유럽연합의 대러 제재를 모두 충족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우니페르 대변인은 27일 “구체적인 지불 방식들을” 놓고 “독일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가즈프롬과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회사와 독일 전체에 단기적으로 러시아 가스가 없이 지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는 우리 경제에 극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고 경고했다. 현재, 우니페르는 대금을 유로화로 지불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OMV도 성명에서 “우리는 지불 방법들에 관한 가즈프롬의 요구를 유럽연합의 제재 하에서 분석하고 있고, 제재에 순응하는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헝가리·슬로바키아 뿐 아니라 이탈리아의 가스회사 에니(ENI)도 러시아의 요구대로 루블화 계좌 개설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이 지난주 발표한 지침을 보면, 가스 수입업자가 유로화나 달러로 가즈프롬방크에 대금을 지급하면 구매가 법적으로 종료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후 지불된 유로화가 루블화로 환전되는 것은 유럽연합이 부과한 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한 인사는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회사들이 제2의 루블화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고, 루블화로 환전됐을 때에만 결제가 종료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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