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승절에 남부 항구 도시 오데사 집중 공격

오전부터 밤까지 미사일 공격 이어가
잠수함·군함·전투기 총동원 폭격
주거·업무 복합 건물, 쇼핑센터 파괴

9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 도시 오데사에서 소방관들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의 불을 끄고 있다. 오데사/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9일 2차 세계대전 전승절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할 것이라는 미국 등의 예측이 빗나간 가운데 러시아군이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의 주요 항구 도시 오데사를 집중 공격했다. 오데사는 우크라이나의 ‘어머니 도시’(모도시)로 불리는 곳이다.

러시아군이 이날 오전부터 밤 늦게까지 오데사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이어갔다고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오전 해군의 초음속 오닉스 순항미사일 4발을 오데사에 발사한 데 이어 오후에는 투폴레프 폭격기를 동원해 3발의 미사일 공격을 벌였다. 폭격기를 동원한 공격으로 건물 5채가 파괴되고 두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시의회가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의 공격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공개된 사진 등으로 볼 때 주거와 업무 복합 건물이 공격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어 현지 시각 밤 10시께는 오데사 시내 중심지 몇 곳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 소셜미디어에는 큰 건물에 불이 난 사진이 공개됐고, 목격자들은 큰 쇼핑 센터가 화염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이날 밤의 폭발은 도심에서 40㎞ 이상 떨어진 지역까지 들렸다고 <시엔엔>이 전했다.

이날 오데사를 깜짝 방문한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 때문에 한 때 방공호로 몸을 숨겼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전날에도 오데사에 대해 10기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최근 잠수함, 군함, 전투기를 동원해 오데사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오데사는 우크라이나의 흑해 연안 지역 가운데 러시아 지상군이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서부 일부 지역의 중심지다. 우크라이나군은 오데사 동쪽의 미콜라이우에서 러시아군이 남부크강을 넘어 오데사쪽으로 진격하는 걸 저지하고 있다. 미콜라이우에서 저지된 러시아군은 오데사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통해 서방이 지원한 무기가 동부 교전 지역으로 공급되는 걸 저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주 오데사 지역의 군 무기고와 오데사 공항을 공격해 파괴한 바 있다.

러시아군은 이날도 민간인 구조 작업이 마무리된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제철소에 머물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경 수비대의 지휘관은 “영웅적인 도시 방어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엔엔>은 제철소 안에 일부 민간인 남성들이 수백명의 군인들과 함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가장 치열하게 교전을 벌이고 있는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는 루한스크주의 서쪽 경계 지역인 루비즈네와 인근의 도네츠크주 리만 등에서 가장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알자리자> 방송이 전했다. 러시아군은 이 지역에서 서쪽으로 진격해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의 점령 지역을 확대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