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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걸어서 헤르손 탈출한 시민들 “러 군인들, 우릴 노예 다루듯”

등록 2022-05-12 12:26수정 2022-05-12 14:57

현지 주민,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려운 공포”
“상점엔 물건 없고 오후 3시면 거리 텅 비어”

러시아군, 자동차 이용 탈출 시도 봉쇄
일부 주민은 걸어서 주변 지역으로 탈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게 강력한 반격을 가하고 있는 하르키우에서 11일(현지시각) 주민들이 자전거를 끌고 가고 있다. 하르키우/UPI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게 강력한 반격을 가하고 있는 하르키우에서 11일(현지시각) 주민들이 자전거를 끌고 가고 있다. 하르키우/UPI 연합뉴스

친러시아 지방 정부가 러시아와의 병합을 요청한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 도시 헤르손이 날로 황폐해지면서 두려움에 떠는 일부 주민은 걸어서 도시를 빠져나오고 있다.

타냐라고 밝힌 헤르손 주민은 11일(현지시각) 미국 <시엔엔>(CNN) 방송에 도시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무장한 러시아 군인들이 도시 곳곳을 순찰해 두려움을 느낀다며 “숨을 마음껏 쉬지도 못하는 등 전쟁 전에 하던 일들을 하지 못해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상점의 물건 진열장은 비어 있고 무장한 군인들은 온 도시를 돌아다니고 있어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많은 사람이 도시를 빠져나가 오후 3시만 되어도 거리가 거의 텅 비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쟁 초기인 지난 3월 초 러시아군이 점령한 이후 새로 등장한 친러시아 지방 정부가 러시아에 영토 병합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이 여성은 “거리에서 만나 이야기를 해본 이들 가운데 러시아의 일부가 되기를 바라는 이는 없었다”고 말했다.

<프랑스24> 방송은 헤르손 주민들이 러시아군 검문을 피해 이른 새벽에 걸어서 도시를 빠져나오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헤르손 인근 도시 젤레노돌스크의 드미트로 네베셀리 시장은 “주민들이 자동차를 타고 헤르손을 빠져나오는 것을 러시아군이 막고 있으며, 주민들에게 돌아가거나 걸어서 도시를 빠져나가라고 요구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몇시간씩 걸어서 인근 마을로 빠져나오고 있으며 일부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전거로 이동한다고 방송은 전했다.

자신을 볼로디미르라고 밝힌 한 노인은 “가방 3개만 들고 새벽에 부인과 함께 도망쳐 나왔다”며 다른 사람들도 검문이 어려운 새벽에 주로 빠져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 군인들이 우리를 마치 노예 다루듯 거칠게 대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의 교전은 이날도 마리우폴 등 동남부 지역과 하르키우 등 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특히, 하르키우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빠르게 러시아군을 국경 쪽으로 몰아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작전 참모는 이날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 북쪽의 주요 고속도로 주변 마을인 피톰니크를 러시아군으로부터 탈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들은 하르키우 북쪽에서 러시아군에 대한 반격의 강도를 높여 자국 군인들이 러시아 국경에서 몇㎞ 떨어진 지역까지 진격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한때 국경에서 40㎞ 정도 떨어진 하르키우시 외곽까지 진격한 바 있으나,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강해지면서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동남부 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갇혀 있는 부상 군인들을 구하기 위해 러시아군 포로와 이들을 교환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이리나 베레시추크 부총리가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직 러시아쪽과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아조우스탈 제철소 봉쇄를 뚫는 게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고 제철소 안에 있는 군인들은 항복하지 않으려 한다”며 군인들을 구할 다른 대안들은 마땅치 않다고 덧붙였다.

제철소 안에 있는 아조우연대의 뱌토슬라프 팔라마르 대위는 이날 <시엔엔>에 제철소 안에 민간인은 남아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10일 페트로 안드류시첸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은 제철소 안에 민간인이 여전히 100여명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팔라마르 대위는 “우리가 아는 한 제철소 안에 민간인은 없다”며 내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일시 휴전을 하고 국제 비정부기구들의 제철소 접근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리나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무장하지 않은 62살 남성을 사살한 러시아군 탱크사단 소속 군인 바딘 시시마린(21)을 러시아군 포로 가운데 처음으로 전쟁 범죄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시시마린은 지난 2월28일 우크라이나 북부 수미주의 추파히우카에서 차를 탄 채 총격을 가해 민간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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