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달레나 안데르센 스웨덴 총리(왼쪽)과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스톡홀름/EPA 연합뉴스
러시아와 무려 1300여㎞나 국경을 접하고 있는 북유럽의 ‘오랜 중립국’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등을 요구하며 침공에 나섰는데, 그로 인해 오히려 ‘나토의 확대’라는 역풍을 일으킨 셈이 됐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12일 공동성명을 내어 “나토 회원국이 되면 핀란드 안보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며, 나토 회원국으로서 핀란드는 회원국들과 안보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며 “핀란드는 지체 없이 나토 회원국 가입을 신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올해 봄부터 핀란드의 나토 가입 가능성에 대한 중대한 논의가 있었다. 의회와 전 사회가 입장을 정할 시간이 필요했다”며 “이제 결단의 순간이 다가왔으므로 우리는 (나토에 가입해야 한다는) 우리의 공통된 견해를 밝힌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가입 신청을 위한) 행정 절차가 며칠 사이 빠르게 완료되길 바란다”며 성명을 맺었다.
핀란드는 1939년 11월~1940년 3월 ‘겨울 전쟁’으로 소련에 영토의 10%를 빼앗긴 아픈 경험을 교훈 삼아 2차 대전 뒤 유럽과 소련(현 러시아)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는 외교 노선을 80년 가까이 지켜왔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가하기 시작한 올 초부터였다. 그럼에도 망설이던 핀란드는 러시아가 모두의 예상을 꺾고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하자 나토 가입 쪽으로 마음을 굳히며 다른 나토 회원국들과 의견을 조정해 왔다.
지난달 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외교장관 회의의 주 의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공동대응과 핀란드·스웨덴의 가입 문제였다. 마린 총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나토 가입 여부에 대해 “신중히 논의할 것이지만 시간이 필요 이상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여름 전까지 토론을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200년간 군사적 중립을 표방해왔던 스웨덴도 핀란드의 뒤를 따라 곧 가입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공식 가입 신청은 다음달 28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기 몇 주 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따라 마드리드 정상회의가 이들의 가입 여부를 본격 논의하는 첫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나토 기존 가입국들이 승인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전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지난달 28일 “핀란드와 스웨덴이 가입 신청을 결정한다면 환영받을 것이며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이 가져올 안보 지형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이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의 고립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30개국이 회원국으로 있는 나토는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집단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집단안보’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이번 결정은 옛 소비에트연방(소련)에 속했던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 등 발트3국의 2004년 나토 가입에 이은 러시아의 커다란 전략적 패배로 기록될 전망이다. 유럽 전역이 나토 동맹으로 결집한다면 러시아는 심각한 안보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지난달 14일 “두 국가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더 많은 적대국을 갖게 된다”며 “군사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지상군과 방공망을 강화하고 상당한 해군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4일엔 이를 견제하기 위해 유럽에 딱 붙은 칼리닌그라드에서 핵 탑재가 가능한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모의 발사훈련도 실시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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