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에서 친러시아 반군 소속 군인이 경비를 서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반격에 고전하면서, 러시아 내부에서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루비즈네/타스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작전이 길어지고 러시아군의 피해도 커지면서 러시아 내부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비판적인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유명 군사 전문가인 미하일 호다료노크 전 대령이 17일(현지시각) 국영 텔레비전 방송 <로시야-1>의 토크쇼에 출연해 러시아가 고립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고 평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토크쇼는 대표적인 친정부 언론인인 올가 스카베예바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호다료노크는 “인정하고 싶지 않을지언정,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완전히 고립되어 있고 전세계가 우리에게 적대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솔직히 말하면 상황은 우리에게 점점 안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다료노크는 러시아인들이 일부 우크라이나 군인의 문제점을 보면서 우크라이나군 전체를 폄하하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는 무기만 충분히 지급되면 싸울 의지가 있는 사람이 100만명에 달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도 침공이 러시아의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지만, 이날 발언은 더욱 노골적이었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러시아의 토크쇼는 보통 의견이 다른 토론자들이 격렬하게 자기 주장을 펼치지만, 이날 프로그램에 출연한 다른 토론자들은 깜짝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피해 상황이 알려지면서 군인 가족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한 달 전 미사일 공격을 당해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모스크바호에 있던 군인의 어머니 타티야나 에프레멘코는 “전쟁이 시작된 이후 우리 정부를 완전히 다르게 보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도 자신의 아들을 찾고 있는 그는 “정부 지도자에 대해 아주 거친 말을 하고 싶지만 그러면 나를 감옥에 보낼 것이므로 하지 않는 게 최선이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러시아군이 루한스크주 서부 지역의 시베르스키도네츠강을 넘어 서쪽으로 진격하려다가 큰 피해를 본 것이 알려지면서 소셜미디어의 유명 인사 사이에서도 군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텔레그램에서 3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군인 출신 블로거 블라들렌 타타르즈키는 “전술 부대를 강에 투입한 ‘군사 천재들’이 누군지 공개하고 그가 공개적으로 답을 하지 않는 한 군 개혁은 결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군부를 비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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