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에 렝데르 유럽연합 법무 담당 집행위원이 25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어 유럽연합 제재 조처 위반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5일(현지시각) 유럽연합 제재 위반을 유럽연합 차원의 범죄 목록에 포함시키고 제재 위반자의 자산을 몰수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 방안은 발트해 3국 등 4개 회원국이 러시아로부터 동결한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 피해 복구에 쓰자고 제안한 가운데 나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이런 제재 위반에 대한 대응 강화 방안을 공개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된 기업이나 개인의 자산을 신속하게 추적해 동결하는 것이 러시아의 공격을 저지하는 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집행위원회는 회원국 다수가 유럽연합의 제재 조처 위반을 형법상 범죄로 처벌하고 있다며 많은 제재 위반은 국경을 넘나드는 성격을 보이기 때문에 유럽연합의 단일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유럽연합은 테러, 인신 매매, 불법 무기 거래, 자금 세탁, 조직 범죄, 부정부패 등 10가지 범죄를 유럽연합 공통의 범죄 목록에 포함시키고 있다.
디디에 렝데르 법무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제안은 제재 회피를 모든 회원국에서 심각한 범죄로 만들기 위해 형법상 범죄와 처벌에 대한 기준을 통일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행위원회는 범죄자들의 자산을 신속하게 추적해 압류·몰수하는 것이 범죄자들에 대한 가장 강력한 대응책이라며 자산 몰수 대상을 유죄가 확정된 범죄자에서 재판이 진행중인 혐의자 일부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내놨다. 새 제안은 범죄 혐의자가 자신의 자산을 제3자에게 넘겨주는 경우에도 자산을 몰수할 수 있도록 했다.
집행위원회는 이런 안이 시행될 경우 러시아 기업가 등이 자산을 유럽연합 외부로 빼내려 하거나 제3자 명의로 바꾸려 할 경우 몰수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이 안이 확정되기 위해서는 회원국 정부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전통적으로 형법 개정이 요구되는 개혁안에 조심스런 태도를 보여왔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적했다.
한편, 발트해 3국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와 슬로바키아 등 4개국은 지난 23일 유럽연합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 복구에 쓰자고 공식 제안한 바 있다. 4개국은 유럽연합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을 몰수할 합법적 방안을 찾되, 이것이 어려우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끼친 피해를 보상할 때까지 자산 동결을 해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