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독일·이탈리아·루마니아 정상이 1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프랑스·독일·이탈리아·루마니아 정상이 1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무기 지원을 약속하고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 후보국 지위 부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이 이날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4개국 정상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우크라이나에 유럽연합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는 걸 지지한다고 밝혔다. 숄츠 독일 총리는 “나의 동료들과 나는 ‘우크라이나는 유럽 가족에 속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갖고 오늘 키이우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4개국 정상은 후보국 지위를 즉각 부여하는 걸 지지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독일·이탈리아는 그동안 러시아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프랑스와 독일은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 가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우크라이나 관련 정책을 둘러싼 유럽연합 회원국 간 갈등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17일까지 후보국 지위 부여를 회원국들에 제안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가 후보국 지위를 얻더라도 정식 회원국이 되기까지는 몇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덴마크 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회원국이 될 기준을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12문을 제공한 155㎜ 세자르 자주포를 6문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이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프랑스는 분명히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우리는 잔악 행위를 중단시키고 평화를 얻기 원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자신들이 원하는 평화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하니스 대통령은 곡물 등 우크라이나 수출품을 흑해 대신 육로로 수송하는 걸 돕고 있다며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동맹국들의 지원에 감사하며 현대적인 로켓포, 미사일 방어 시스템 등 중화기 추가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숄츠 총리는 오는 26~28일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청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상회의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4개국 정상은 이날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황폐해진 키이우 인근 도시 이르핀을 둘러봤다. 이르핀 방문 뒤 숄츠 총리는 “상상할 수 없는 잔인함과 분별 없는 폭력”의 현장이라고 표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도시가 “야만의 오점이 뚜렷한 영웅적인 도시”라고 평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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