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단일 통화 유로의 가치가 13일(현지시각) 한 때 1달러 아래로 떨어진 가운데 프랑스 파리의 환전소에 ‘1달러를 1유로에 판매한다’는 내용의 환율표가 표시되어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유럽연합(EU) 19개 회원국의 단일 화폐인 유로가 13일(현지시각) 20년 만에 처음으로 1달러 이하로 떨어지는 등 가치가 속수무책으로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이 더 줄면, 유로가 0.95달러까지도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 통신은 유로 환율이 이날 한 때 0.9998달러까지 떨어지면서 2002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유로는 이후 1.0061달러까지 소폭 상승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달러 대비 유로의 가치는 12%가량 떨어졌다.
유로 가치 하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유럽의 제재에 맞서 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에너지 위기가 심화된 탓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스위스계 은행 ‘유비피’(UBP)의 올리비에 콘제우에 자산관리 책임자는 “기본적으로 러시아 때문이라는 걸 우리 모두 안다”며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심화하면 “유로가 0.97달러, 심지어 0.95달러까지 떨어질 여지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지난 11일부터 열흘 동안 독일에 가스를 공급하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정기 점검에 들어가면서 이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영국계 은행 바클리의 경제분석 책임자 크리스찬 켈러는 “열흘 동안 폐쇄되는 가스관이 다시 열리지 않으면 가스 배급제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오면 유로의 약세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수준까지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은 이날 캐나다가 노르트스트림1에 쓰이는 가스 터빈을 반환할지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며 이 가스관의 안정적인 운영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캐나다에서 수리를 마친) 가스 터빈을 (독일 기업) 지멘스가 돌려줄 것임을 보증하는 서류 한 장 받지 못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가스프롬은 “이런 상황에서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설인 포르토바야 가스 압축 시설의 안정적인 운영과 관련한 상황 전개에 대해 객관적인 결론을 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멘스는 정기 점검을 위해 이 터빈을 캐나다로 보냈는데, 캐나다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처에 따라 터빈의 반환을 거부했다가 지난 주말 이 터빈을 예외적으로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지멘스의 대변인은 이날 “수출입 통제 관련 절차와 수송 문제를 위해 집중적으로 작업하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가능한 한 신속하게 터빈을 수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프롬은 지난달 중순 터빈 반환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독일 가스 공급량을 60% 줄인 바 있는데, 독일은 러시아가 가스를 무기화하면서 자국에 대한 가스 공급을 완전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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