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스튜디오에서 유튜브 채널에 출연 중인 마리나 오브샤니코바. 유튜브 채널 ‘2월의 아침’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치학자, 과학자 등 공인들이 출연해 러시아 침공 이후 전쟁에 대해 양국 인사들이 대화하는 채널이다. 마리나 오브샤니코바 페이스북
뉴스 생방송 중 기습 ‘반전 시위’를 벌였던 러시아 언론인이 반전 활동을 계속하다가 연행됐다.
10일 <가디언> 등에 따르면 러시아 언론인 마리나 오브샤니코바가 거짓 정보를 유포한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고 전했다. 오브샤니코바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새벽 6시, 아직 자고 있을 때, 수사관 10명이 집에 침입했고 수색 영장을 제시했다. 어린 딸이 공포에 떨었다”고 적었다.
오브샤니코바는 지난달 러시아 대통령궁 맞은편에 자리한 모스크바강 제방에서 “푸틴은 살인자, 그의 군인들은 파시스트”라고 적힌 포스터를 내걸며 시위를 벌였고, 러시아군은 그가 거짓 정보를 유포했다고 고소했다. 러시아 의회는 지난 3월 러시아군 운용에 관한 허위 정보를 공개적으로 유포하면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하고, 허위 정보가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경우는 징역을 최대 15년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의 변호인은 그가 최대 징역 10년형에 처해질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오데사 태생인 오브샤니코바는 러시아 국영 방송 <채널1>의 편집자로 일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인 지난 3월14일 그는 뉴스 생방송이 진행 중이던 스튜디오에 들어가 “전쟁 반대”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당시 그는 이 행동으로 3만 루블 벌금형을 받았고, 이후에도 반전 활동으로 몇차레 경찰에 체포되거나 벌금형을 받았다.
생방송 반전 시위 이후 오브샤니코바는 독일 신문 <디벨트>에서 일했다. 지난달 초 두 자녀의 양육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로 돌아온 그는 온라인에 반전 게시물을 게재하거나 반전 인사의 재판에 참여하는 등 반전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반전 시위를 멈출 계획이 없다. 러시아 정부의 끊임없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두렵지 않다”며 “어떤 목표도 민간인을 죽이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적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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