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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푸틴의 뇌’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자동차 사고로 사망

등록 2022-08-21 17:01수정 2022-08-22 02:43

20일 저녁 모스크바 인근에서 의문의 폭발 사고
지인 “부친 노린 것” “우크라의 암살 시도” 주장도
푸틴에게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정치평론가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이 21일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에서 차량 폭발 사고로 숨졌다. 사진은 모스크바 한 티브이에 출연 중인 알렉산드르 두긴의 모습. AP 연합뉴스
푸틴에게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정치평론가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이 21일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에서 차량 폭발 사고로 숨졌다. 사진은 모스크바 한 티브이에 출연 중인 알렉산드르 두긴의 모습. AP 연합뉴스
‘푸틴의 뇌’로 불리는 러시아의 극우 정치평론가 알렉산드르 두긴(60)의 딸이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에서 자동차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일각에선 아버지 두긴을 노린 범행이었을 것이란 추정을 내놓고 있다.

21일 <가디언>과 러시아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상적 기반이 되어온 두긴의 딸인 다리야 두기나(29)가 전날 밤 9시30분께 자신의 부친과 동행하기로 돼 있던 차량에서 의문의 폭발 사고로 숨을 거뒀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수사를 개시하고 현장 검증에 나섰다.

당국은 다리야가 몰던 도요타의 랜드크루저 차량이 수도 모스크바 서쪽 약 20㎞ 지점에 있는 볼시예 뱌제미 마을 근처를 지날 무렵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며 부서졌다고 밝혔다. 차에 불이 붙기 전 폭발 장치가 작동했으며, 현재 법의학자와 폭발물 전문가들이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당국은 설명했다. 이번 사고는 알렉산드르와 두기나가 지역 축제에서 철학 강연에 함께 참석한 뒤 돌아오는 중 발생했다. 마지막 순간 따로 가기로 결정할 때까지 둘은 함께 이동할 예정이었다고 이들의 지인들은 말했다.

영국 <비비시>(BBC)는 텔레그램에 올라온 미확인 상태의 ‘현장 영상’을 보면, 파괴된 채 불타오르는 차량 앞에 망연히 서 있는 두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이번 공격이 두긴을 겨냥한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고 밝혔다.

사망한 다리야의 부친인 두긴은 현재 러시아 정부 내에서 공식 지위를 갖고 있진 않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사상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끼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의 초국가주의를 주장한 철학자인 그는 푸틴의 팽창주의적 외교 정책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 ‘러시아 파시스트’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그가 1997년 출간한 저서 <지정학의 기초: 러시아의 지정학적 미래>에는 러시아의 패권을 되찾아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병합 등을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러시아는 유럽·미국과는 다른 가치관을 갖는 유라시아라는 독자적인 공간”을 갖는 별도 문명이라는 ‘네오 유라시아주의’를 주창해왔다. 두긴은 2014년 3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엔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두긴이 푸틴 대통령에게 끼친 영향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 것이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 2월21일 밤 이뤄진 55분에 걸친 연설이었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우리 역사, 문화, 종교 공간의 분리할 수 없는 부분이다” “우크라이나가 진정한 의미의 독립국이었던 전통이 없다. 현대 우크라이나는 완전히 러시아,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볼셰비키가 만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연설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두긴의 주장을 푸틴 대통령이 되풀이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날 사망한 그의 딸 역시 부친의 사상을 공유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파병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로 티브이 채널 등에서 자신의 관점을 피력해왔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설명했다.

푸틴에게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정치평론가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이 21일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에서 차량 폭발 사고로 숨졌다. 사진은 이날 수사를 개시한 러시아 조사단이 현장에서 폭발 파편을 수집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푸틴에게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정치평론가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이 21일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에서 차량 폭발 사고로 숨졌다. 사진은 이날 수사를 개시한 러시아 조사단이 현장에서 폭발 파편을 수집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두기나의 친구이자 러시아의 사회운동가인 안드레이 크라스노프는 <타스> 통신에 이번 사고가 두기나의 부친을 겨냥한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폭발한 차량은 두기나의 아버지 차였다. 두기나는 다른 차를 주로 몰지만, 오늘은 아버지 차에 탔고, 그의 부친은 다른 길로 갔다. 내가 아는 한 두긴과 그의 딸이 표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의 용의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러시아 수사 당국은 전했다. 하지만,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수장인 데니스 푸실린은 자신의 텔레그램에 “다리야 두긴이 살해당했다. 우크라이나 정권의 테러리스트들이 알렉산드르 두긴을 제거하려 했고 그의 딸을 차량 폭발 사고로 사망케 했다”고 주장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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