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12일(현지시각)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큰 이익을 얻은 화석연료 업계의 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프랑스 동부 생아볼드 인근의 에밀위셰 화력발전소. 생아볼드/AFP 연합뉴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석유·가스·석탄 등 화석연료 업계가 얻은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해 회원국들에게 제안할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 통신 등은 12일(현지시각) 집행위가 마련한 에너지 위기 대응 방안 초안에 27개 회원국이 화석연료 기업들에게 ‘연대 분담금’을 부과하는 제안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분담금은 석유·가스·석탄 및 정유 업계가 2022년 회계연도에 얻는 초과 이익에 부과하게 된다. 집행위는 “이들 기업들이 전례 없는 초과 이익을 얻은 만큼 연대 분담금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주요 에너지 기업들은 지난 2분기에 엄청난 이익을 남겼다. 프랑스계 토탈에너지는 2분기 3개월동안 115억달러(약 15조8천억원), 영국·네덜란드계 기업인 셸은 98억달러(약 13조4600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셸의 대변인은 “유럽의 에너지 가격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일치된 정책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집행위가 연대 분담금의 세부 사항을 공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의 이런 이윤 환수 방안은 회원국들이 지난주 회의를 열어 유럽연합 차원의 대책을 요구함에 따라 마련됐다. 공식 발표는 14일에 있을 예정이다. 이 방안이 회원국들의 최종 승인을 얻게 되면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따른 가격 폭등으로 고통을 겪는 소비자들과 기업을 지원하는데 쓰이게 된다.
유럽 각국은 이미 에너지 가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지원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올 겨울까지 적용되는 에너지 요금 상한제 이후에 새 상한제를 도입할 것이라며 상한은 소폭 인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에너지 기업 이베르드롤라는 적십자가 선정한 저소득층에게 5개월 동안 가스와 전기 공급을 보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에너지 배급제의 전 단계에 해당하는 조처로 전력 사용량을 의무 감축하는 방안도 회원국들에게 제안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가 이날 보도했다. 집행위는 전반적인 전력 소비량을 줄이는 한편 평일 중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은 3~4시간 동안 소비를 의무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기업이 초과 이익을 얻는 걸 제한하기 위해 재생 에너지로 생산된 전기 요금을 일정 수준 이하로 묶는 방안도 대책에 포함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일부 회원국들이 요구하고 있는 가스 요금 상한제에 대해서는 회원국 사이에서 이견이 심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 유럽연합의 외교관들은 가격 상한제를 도입한다면, 수입 가스 전체에 적용할지, 러시아산 가스에 한정해 적용할지 등 세부 사항에 대한 의견 접근도 이뤄지지 못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의 주요 가스 공급국인 노르웨이와 일부 회원국들은 상한제 자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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