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으로부터 되찾은 지역인 하르키우주 프리콜로트네 마을에서 18일(현지시각) 주민들이 구호 물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프리콜로트네/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탈환을 위해 중요 지점인 오스킬강을 넘어 동쪽까지 진격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반격 작전을 쉼 없이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밤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가 전투에서 잇따라 승리한 이후 공세를 잠시 중단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으나 공세 중단은 없을 것”이라며 “다음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모든 우크라이나인이 해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러시아군으로부터 되찾은 지역 이름을 열거하면서 이렇게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하르키우주의 동남쪽을 흐르는 오스킬강의 동쪽까지 진격했다고 현지 관리가 밝혔다. 루한스크주의 세르히 하이다이 주지사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어제부터 우크라이나군이 오스킬강 동쪽 강변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루한스크주 수복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걸 뜻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하르키우주에서 밀린 러시아군은 최근까지 오스킬강 동쪽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쪽으로 진격하는 걸 막아 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군이 오스킬강 동쪽과 시베로도네츠강 북쪽에 집결해 러시아군이 장악하고 있는 주요 거점 도시인 리만 공격을 앞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이 지역의 러시아군은 최전선인 오스킬강 주변 대신 전술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바흐무트와 도네츠크시 주변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도시 인근 지역은 2014년 분리 독립을 선언한 친러시아 세력 ‘도네츠크인민공화국’에게 정서적으로 중요한 곳으로 꼽힌다.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막기 위한 작전보다 현지 친러시아 세력의 관심 지역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러시아군이 궁지에 몰리면서 민간 시설 공격에 더 집중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이날 현지 정세에 대한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지난 일주일동안 즉각적인 군사적 효과가 없는 민간 기반시설 공격을 강화했다”며 “최전선에서 실패를 겪고 있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정부의 사기를 꺾기 위해 민간 시설 공격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날도 자포리자 원전 인근 도시인 니코폴에서는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주택과 가스 공급 시설, 전력선이 파괴됐다고 현지 관리들이 전했다. 남부 흑해 연안 도시 미콜라이우에서는 병원 한 곳이 러시아군의 포격을 당했다고 비탈리 킴 미콜라이우주 주지사가 밝혔다. 러시아군은 최근 며칠 동안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도 댐 등 민간 시설에 대한 공격을 벌였다.
일부 군사 분석가들은 자포리자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경고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자포리자 원전 인근 도시인 자포리자시 근처에서 전날 구호물자를 나눠주던 교황청 특사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 일행이 갑작스러운 총격을 받고 황급히 피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한편, 하르키우주에서 러시아군의 잔악 행위를 조사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검찰은 최근 러시아군을 몰아낸 지역인 코자차로반에서 고문실로 추정되는 곳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러시아군이 감옥으로 쓰던 건물 지하실에서 소련 시절에 전기 고문용으로 쓰던 장비들이 나왔다고 밝혔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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