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주에 있는 남우크라이나 원전 단지가 19일(현지시각) 미사일 공격을 당해 불기둥이 치솟고 있다. 유즈노우크라인스크/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반격으로 궁지에 몰린 가운데 19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에서 두번째로 큰 남우크라이나 원전이 미사일 공격을 당했다.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의 전력 공급용 전선 하나가 전날 다시 끊긴 가운데 이 원전까지 공격을 당하면서 원전 사고 우려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운영 기업 에네르고아톰은 이날 새벽 남서부 미콜라이우주 유즈노우크라인스크 인근의 남우크라이나 원전 단지가 미사일 공격을 당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은 원자로에서 300미터 떨어진 건물을 타격해 지름 4m, 깊이 2m 정도의 구멍이 뚫렸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에네르고아톰은 원자로는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으며 다친 직원은 없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미사일 공격으로 원전 인근의 수력발전소가 일시적으로 가동이 중단됐으며 원전이 있는 산업단지 내 건물의 창문 100개가 깨지는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원전 인근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2개 잇따라 치솟는 장면을 담은 흑백 동영상을 공개하고 이날 공격은 ‘핵 테러’라고 비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이날 성명을 내어 우크라이나 정부와 에네르고아톰이 남우크라이나 원전이 공격을 당한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원자력기구는 이 원전에 전력을 공급하는 750㎸급의 전력선 3개가 미사일 공격 뒤 차단됐다가 다시 연결됐으며 전력선은 손상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남우크라이나 원전에는 가압수형 원자로 3기가 있으며 총 발전 용량은 2850메가와트(㎿)다. 이는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5700㎿)의 절반 수준이며, 우크라이나에서 현재 가동 중인 4개 원전 가운데 두번째로 큰 용량이다. 나머지 2개의 원전은 주요 전투 지역와 멀리 떨어진 우크라이나 서북부 지역에 있다.
원자력기구는 잦은 폭격으로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자포리자 원전에서는 전날 주변 화력발전소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전력선이 끊어졌다고 현장에 상주 중인 원자력기구 전문가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고 원인은 불분명하며 원전 시설은 다른 전력선을 통해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고 원자력기구는 덧붙였다. 라파엘 그로시 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자포리자 원전의 상황이 여전히 취약하고 위태롭다. 원전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구역 설치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북동부 하르키우주를 대부분 탈환한 우크라이나군이 이날 돈바스 지역 내 일부 지역을 되찾았다고 현지 관리가 주장했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주 주지사는 루한스크주 서부 지역의 빌로호리우카 마을을 자국군이 되찾았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 마을은 루한스크주 서북부의 핵심 도시인 리시찬스크와 세베로도네츠크에서 10~20㎞가량 떨어져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돈바스 본격 공격이 임박해지자 친러시아계 분리독립 세력 사이에서 러시아와 영토를 합치기 위한 주민 투표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4년부터 도네츠크주 일부 지역을 장악해온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지도자 데니스 푸실린은 루한스크주를 근거지로 삼고 있는 ‘루간스크인민공화국’에 주민 투표를 위해 공조할 것을 요청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머물고 있는 푸실린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지도자 레오니드 파세치니크와 전화 통화를 하고 두 지역의 공조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두 세력은 국제 사회에서 독립국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 2월 21일 두 세력을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우호조약을 체결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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