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바스 지역의 전략 거점인 리만을 탈환한 우크라이나 군이 1일 리만 시청 앞에서 탈환 성명을 발표하는 장면. 우크라이나군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 장면 중 하나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 요충지 리만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공세에 밀려 퇴각했다. 리만은 러시아가 병합을 선언했던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주의 일부인 도네츠크주에 속하는 곳으로, 병합 선언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가 탈환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1일 “포위 당할 위험 때문에 리만에서 병력이 철수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리만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에 피해를 입혔으나, 수적 열세인 러시아군이 더 좋은 위치로 철수 중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리만에서 “현저한 전력 우위”에 있다고 인정했다.
전날인 지난 30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주·루한스크주, 남부의 헤르손주·자포리자주 대표들과 만나 이 지역을 러시아 연방에 정식으로 편입하는 조약을 체결한 뒤 “4개 지역이 새로 러시아의 일부가 됐다. 이 지역 주민들은 영원히 우리 시민이다”고 선언했다.
이번에 우크라이나가 탈환한 리만은 러시아군이 동북부 전선에서 병참 기지로 사용하던 전략 거점으로, 도네츠크주와 함께 돈바스 지역으로 불리는 루한스크주와도 인접한 위치에 있다. 우크라이나는 리만 탈환으로 돈바스 지역 전역에 대한 탈환 공세를 위한 거점을 확보한 큰 성과를 거뒀다.
우크라이나 동부군구의 세르히 체레바치 대변인은 리만 탈환 전에 약 5000명~5500명의 러시아 병력이 있었지만, 사상자 때문에 포위된 병력은 그보다 적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 국방부의 철수 발표 뒤 이날 밤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기가 이미 도네츠크의 리만에서 게양됐다. 전투는 계속 중이다”며 “지난주 돈바스에서 우크라이나 국기가 늘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리만에서 “가짜 주민투표의 흔적은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이 지역의 합병을 선언한 근거인 주민투표가 실시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키릴로 티모셴코 부실장은 소셜미디어에 리만 중심가의 시의회 건물 밖에서 촬영된 우크라이나군의 동영상을 올렸다. 이 동영상에서 우크라이나 군인이 “존경하는 우크라이나 국민 여러분, 오늘 우크라이나군이 리만을 해방하고 장악했다”고 말했다. 동영상에서는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시의회 건물에서 러시아 국기를 끌어내리고 우크라이나 국기를 게양하는 장면도 보였다.
러시아군의 잇따른 패배와 철수에 러시아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 내 자치공화국인 체첸공화국의 지도자인 람잔 카디로프는 텔레그램에 “나의 개인 의견으로는 국경 지역에서 계엄령 선포 및 저위력 핵무기 사용까지 더 과감한 대책들을 취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는 리만 지역의 사령관인 알렉산데르 라핀 연대장에 대해 계급장을 떼고 전선으로 보내야 하는 ‘범속한 사람’일뿐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가 리만 철수를 인정하는 발표를 한 점도 이례적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인 30일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주 병합 조약을 체결식 때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 땅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내비친 발언이었다. 그런데, 러시아가 이날 이례적인 철수 발표를 한 것은 자신들의 ‘영토’ 침범에 따른 다른 고강도 대책을 내놓기 위한 명분 쌓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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