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5일(현지시각) 러시아에 대한 8차 제재안에 최종 합의했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이날 유럽의회에서 러시아에 대한 대응 방안에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스트라스부르/EPA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5일(현지시각)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 등 8차 러시아 제재안에 합의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유럽연합 순환의장국인 체코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가격이 일정 수준을 넘는 러시아산 원유를 유럽 기업들이 제3국으로 운송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가격상한제에 회원국들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주요 7개국(G7)이 합의한 가격상한제를 유럽연합 회원국 전체에 적용하는 조처다. 체코 정부는 또 8차 제재안에는 러시아산 철강 제품 수입 금지, 러시아에 대한 정보기술, 공학, 법률 관련 서비스 제공 금지 등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는 기존의 운송 관련 제재에 원유 운송을 새로 포함시키되,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인 원유에 대해서는 제재를 면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통신은 또 소식통을 인용해 해운 산업 규모가 큰 그리스, 키프로스, 몰타 등 일부 회원국들이 받을 타격을 완화하는 조처도 회원국들이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27개 회원국 중 어느 나라가 막판에 반대하지 않는 한 8차 제재안은 6일부터 즉각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8차 제재안에 대한 회원국들의 합의를 환영한다”며 “우리는 푸틴의 가짜 주민투표와 우크라이나 영토 불법 병합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크레믈(러시아 정부)이 그 대가를 계속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러시아가 예비군 징집령을 발표하고 우크라이나 영토 병합 강행 움직임을 보이자 지난달 21일 8차 제재안 마련에 나섰고, 2주 만에 최종안을 확정했다. 다만, 일부 회원국들의 반대를 의식해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수입 금지, 원자력 에너지 관련 협력 완전 중단 등의 조처는 제재안에서 빠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적했다.
한편, 러시아는 가격상한제가 끼칠 부정적인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원유 생산을 줄일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알렉산드르 노박 부총리는 이날 “가격상한제는 모든 시장 구조에 위반되는 것이며, 국제 에너지 시장에 아주 해롭다”며 “우리는 원유 생산을 줄일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노박 부총리는 러시아가 올해 원유를 5억3천만톤(하루 평균 1060만배럴) 생산할 것이고 내년 생산량은 4억9천만톤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는 가격상한제를 채택한 국가에는 원유를 공급하지 않을 방침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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