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열린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 두기나 장례식 모습. AFP 연합뉴스
러시아 극우 정치평론가로 푸틴의 사상적 스승이라는 평가까지 받는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을 숨지게 한 차량 폭발 사고에 우크라이나가 개입한 것으로 미국 정보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5일 <시엔엔>(CNN) 방송은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 두기나가 차량 폭발 사고로 숨진 사건에 대해 미국 정보 당국이 우크라이나 정부 조직의 승인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는 미국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당시 폭발 사건을 조사한 러시아 당국이 차량 폭발이 우크라이나 여성 공작원에 의해 사전 계획된 것이었다고 주장한 것을 뒷받침하는 말이다. 미국 정보 당국의 판단대로라면 우크라이나의 비밀작전이 확대된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또한, 이 소식통은 당시 원래 공격 대상은 두긴이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정보 당국은 차량 폭발 계획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우크라이나의 누가 정확히 암살을 승인한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도 불명확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8월20일 밤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이자 언론인인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 두기나는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한 도로에서 아버지의 차량을 운전하다가 갑자기 폭발해 현장에서 급사했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모스크바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뒤 함께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변경돼 혼자 차를 운전하다 변을 당했다. 부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적극 지지해왔다. 사건 발발 직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정밀 조사를 벌여 우크라이나 출신 여성이 차량에 폭발물을 설치한 뒤 원격으로 이를 폭파시킨 것이라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강력 부인해왔다.
21일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차량 폭발 사고의 수사를 개시한 러시아 조사단이 현장에서 폭발 파편을 수집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이날 <뉴욕 타임스> 또한 이름을 밝히지 않은 복수의 미국 관료들 발언을 통해 미국이 이 암살 사건을 사전에 알지 못했으며 어떠한 가담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비밀 정보와 민감한 외교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익명을 조건으로 신문에 말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만약 공격 전 우크라이나로부터 이 암살 작전 계획에 대한 자문을 받았다면 반대했을 것이며, 사전에 계획을 공유하지 않은 우크라이나에 경고했다고도 밝혔다. 이러한 암살 작전이 상징적 가치는 있지만 전장에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다고도 이들은 덧붙였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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