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유엔본부 앞에 유엔 상징이 표시되어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침공 직후인 2월 말~3월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전쟁 범죄를 파악하기 위한 유엔 인권위원회의 독립 조사위원회가 다수의 전쟁 범죄를 확인했으며, 대부분 러시아에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공식 보고서를 내놨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18일 우크라이나 현장에서 인권 상황을 살펴본 독립 조사위가 국제인도법을 중대하게 어긴 러시아의 여러 전쟁 범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 북부, 체르니히우, 하르키우, 수미 등 4개 지역에서 올해 2월말부터 3월 사이 집단 처형, 불법 구금, 고문, 학대, 성폭행 등 국제인도법을 중대하게 어긴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범죄 대부분은 러시아군이 저질렀지만 우크라이나군도 국제법을 어긴 2건의 전쟁 범죄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위는 마을 27곳을 방문해 피해자와 목격자 191명을 인터뷰하고, 구금, 주검유기, 고문 등이 일어난 현장을 찾아가 반인권적인 전쟁 범죄가 발생한 증거를 수집한 뒤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의 핵심 결론은 이번 전쟁 초기 몇 주 동안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포함한 인권 침해와 전쟁 범죄를 저지른 대부분의 책임은 러시아군에 있다는 것이다. 이 시기 이뤄진 성폭력으로 전 연령대에서 피해자가 발생했고,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들은 때때로 성범죄를 목격하도록 강요 당했다. 러시아군은 폭발성 무기를 민간인 밀집 지역에서 무차별적으로 사용했고, 공습 지역에서 탈출하려는 민간인을 공격했다. 일부 불법 구금 피해자는 부당하게 러시아로 추방됐다.
에릭 모스 조사위원장은 “우리가 조사한 지역에서 인명 피해는 수천명에 달하고 기반 시설도 파괴됐다”며 이번 보고서가 전쟁 범죄 책임자를 식별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국제 사회가 전쟁 범죄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조사위는 이번 보고서보다 대상 지역과 범죄의 범위를 넓혀 조사를 지속한 뒤 내년 3월께 종결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앞서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5월12일 러시아의 전쟁 범죄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결의에 따라 이번 조사위를 꾸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행된 인권 침해, 국제 인도법 위반, 전쟁 범죄를 조사해왔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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