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우크라이나에서 신고되지 않은 핵 활동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러시아가 제기한 ‘더러운 폭탄’(더티밤) 의혹을 일축했다.
3일(현지시각) 국제원자력기구는 “우크라이나의 세 지역에서 현장 조사를 마친 결과 신고되지 않은 핵 활동이나 물질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사관들이 계획했던 활동을 모두 수행할 수 있었고 조사 장소에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다”며 “우크라이나가 제공한 정보 등을 바탕으로”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
국제원자력기구가 조사에 나선 것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 때문이었다. 지난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재래식 폭탄인 일명 ‘더러운 폭탄’을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특정 기관을 지목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국제원자력기구 전문가가 직접 방문해 확인할 것을 요청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조사 결과에 대한 기술적이고 과학적인 평가 결과, 세 지역에서 미신고 핵 활동과 물질이 있다는 어떠한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신고되지 않은 활동과 물질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조사 활동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제원자력기구가 “꽤 명백한” 결론을 냈다며 환영했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그 누구도 더러운 폭탄을 만들거나 만들고 있지 않다는 명확하고 반박할 수 없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지역에서 더러운 것은 우크라이나와 전 세계에 테러를 가하는 모스크바의 수장들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더러운 폭탄 의혹을 제기한 것은 러시아가 자신들의 핵무기 사용을 합리화하기 위한 주장일 수 있다고 보기도 했다. 러시아는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줄곧 핵무기 사용을 언급하며 위험 수위를 높여 왔다. 하지만, 지난 2일 핵전쟁을 막는 것이 자신들의 최우선 과제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며 한발 물러섰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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