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각) 정전 사태로 어두워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거리를 전차가 지나가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병합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다목적 댐 갑문이 포격을 당하고 헤르손시를 비롯한 일부 지역의 전력·수도 공급이 끊겼다고 러시아 점령 세력이 6일(현지시각) 밝혔다. 키이우 등에선 거꾸로 러시아가 기반시설을 거듭 공격해 올 겨울 전력·수도 공급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혹독한 겨울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국이 큰 고통에 직면해 있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이날 헤르손주 노바카호우카에 있는 카호우카 다목적 댐이 미국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의 공격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이 댐을 향해 모두 6발의 로켓이 발사됐으며 이 가운데 격추되지 않은 1발이 댐 갑문에 떨어졌다. 러시아가 임명한 헤르손주의 주지사 키릴 스트레모우소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늘 포격으로 수력발전소가 크게 손상되지는 않았지만 댐 일부가 손상됐을 가능성은 있다”며 “홍수 발생을 막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공격은 주변 주민들이 대피하는 와중에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카호우카 댐은 수력발전소가 있는 다목적 댐이며, 우크라이나 남부의 주요 식수원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이 댐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조처가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강제 이주라고 비판해왔다.
헤르손시를 포함한 10곳에서는 우크라이나쪽의 파괴공작으로 전력과 수도 공급이 끊겼다고 현지 지방 정부가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지방 정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테러 공격’ 때문에 전력선 3곳이 파괴되면서 전력 공급이 일시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현지 긴급구조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파괴·정찰 그룹이 전력 송전선에 대한 테러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 공격으로 베리슬라우와 카호우카 사이 전력망이 손상되고 3개의 송전탑이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시당국도 러시아의 기반시설 집중 공격으로 올 겨울에 단전·단수와 난방 공급 중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시장은 국영 방송에 나와 “단전·단수를 피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적군이 난방·전력·식수 공급을 차단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며 “나라와 우리 각자의 미래는 이 상황에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대국민 연설에서 450만명이 단전으로 고생하고 있다며 “우리는 올 겨울을 버텨내고 내년 봄에는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고 주민들을 독려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망 운영업체 우크레네르고는 우크라이나 중부·중북부 지역인 체르니히우, 체르카시, 지토미르와 북부·북동부 지역인 수미, 하르키우, 폴타바 지역에 대해서도 순환 정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동부 돈바스 지역의 발전 시설도 심각하게 손상돼 전력 공급이 끊겼다. 파울로 키릴렌코 도네츠크주 주지사는 주요 전투 지역인 바흐무트와 인근 솔레다르에 전력을 공급해온 발전소 시설이 거의 모두 파괴됐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군의 발전 시설 파괴 작전이 하루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바흐무트시에는 현재 1만5천여명의 주민이 전력·식수도 끊긴 채 매일 이어지는 폭격에 시달리고 있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5~6일 이틀 동안 러시아군이 중북부 체르니히우와 북동부 하르키우, 남부 미콜라이우 등 9개 지역의 35개 마을에 4번의 미사일 공격과 19곳의 공습을 가했다고 밝혔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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