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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폴란드 대통령 굴욕…“나 마크롱인데” 러 코미디언에 낚였다

등록 2022-11-23 14:00수정 2022-11-23 17:28

러시아 유튜브 ‘러튜브’의 계정 ‘FAKT’에 올라온 통화 영상 갈무리.
러시아 유튜브 ‘러튜브’의 계정 ‘FAKT’에 올라온 통화 영상 갈무리.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사칭한 러시아 코미디언에게 속아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털어놓았던 일이 드러났다.

각각 ‘보반’(Vovan)과 ’렉서스’(Lexus)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러시아 코미디언 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와 알렉세이 스톨랴로프는 러시아제 미사일이 폴란드 국경도시에 떨어져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 전체로 번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 전개됐던 지난 15일 두다 대통령에게 자신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라고 속인 뒤 통화에 성공했다. 이들은 7분30초에 이르는 통화 영상을 러시아 동영상 사이트 ‘루튜브’에 올렸다.

23일 루튜브 계정 ‘파크트’(FAKT)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두다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마크롱, 전화해줘서 정말 고마워. 쉽지 않은 상황이야. 우리 영토에 미사일이 떨어졌어. 러시아제 미사일이야”라고 말했다. 초반 2분 정도는 두다 대통령이 대화를 주도하지만 이후 두 코미디언은 “이 공격이 러시아 책임이라 생각하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기 시작한다.

이어 “러시아 미사일이라면 어떻게 할 거냐? 입장이 어떠냐”, “젤렌스키의 계획에 대해 아느냐”고 질문을 이어간다. 거듭된 질문에 두다 대통령은 “에마뉘엘, 내가 러시아와의 전쟁을 원한다고 생각해? 날 믿어. 난 러시아와 전쟁을 하고 싶지 않아. 매우 매우 조심하고 있어”라고 말했다. 전화한 코미디언은 “둘 때문에 정말 피곤해”라며 유도 질문을 계속하자, 두다 대통령은 서둘러 전화를 끊는다.

두다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자신이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언급하며 “난 오직 나토 헌장 4조만 말하고 있고 5조에 대해선 말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나토 헌장 4조는 회원국이 영토 보전 등 안보에 위협을 받을 경우, 상호 간 협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고, 5조는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동 방어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나토 헌장 5조가 발동되면 전쟁이 확대될 수 있다.

러시아 코미디언들이 두다 대통령과 통화에 성공한 15일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동부 도시 프셰보도프로에 러시아제 미사일이 떨어져 2명이 숨졌다.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에 공격을 가한 것으로 확인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번질 우려가 있어 전 세계가 긴장했다. 하지만, 이날 밤 나토가 우크라이나가 쏜 러시아제 요격용 미사일로 보인다는 ‘초기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사태가 진정됐다.

폴란드 대통령실은 통화 사실을 인정하며 장난을 친 코미디언들이 어떻게 대통령과의 통화에 성공했는지 경위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들은 러시아 정부에 비판적인 주요 정치인이나 유명인을 속여서 통화하는 일을 계속해왔다.

두 코미디언은 이전에도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영국 가수 엘튼 존 등에도 속임수 통화를 시도한 적 있다. 또, 최근엔 벤 윌리스 영국 국방장관에게도 전화해 우크라이나의 핵 야망을 지지하느냐고도 물었다. 이들은 러시아 정부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러시아 국영 방송은 이들의 영상을 긍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지적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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