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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러, 하루에 미사일 70발 퍼부어…우크라 전역이 ‘암흑’

등록 2022-11-24 11:23수정 2022-11-24 20:39

전국 대부분에서 전력 공급 끊겨
유럽의회, 러시아 테러지원국 지정
러시아군이 또다시 대규모 공습을 벌인 2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의 비슈호로드에서 구급대원들이 파괴된 주거용 건물을 수색하고 있다. 비슈호로드/AFP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또다시 대규모 공습을 벌인 2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의 비슈호로드에서 구급대원들이 파괴된 주거용 건물을 수색하고 있다. 비슈호로드/AF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4일(현지시각) 10달째로 접어드는 가운데 23일 러시아가 또다시 우크라이나 전국에 대규모 공습을 단행해, 온나라에 전기가 끊기고 적어도 10명이 숨졌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낮 러시아군이 67발가량의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이 가운데 51발은 공중에서 격추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이 가운데 30발이 수도 키이우를 겨냥한 것이었고 이 중 20발은 자국군이 격추했다고 설명했다.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밤 연설에서 “오늘 하루 동안 70발가량의 미사일이 쏟아졌다. 이는 러시아의 테러 방식이다”라며 “모두 에너지 기반시설을 겨냥한 것이었으며 병원, 학교, 교통, 주거지역이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에너지부는 이날 공습으로 ‘전력 소비자 대다수’에 대한 전기 공급이 끊겼다고 발표했다.

수도 키이우의 시 당국은 폭격으로 시내에서만 3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으며, 인근 지역에서도 4명의 사망자와 3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날 키이우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던 한 시민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동안 폭발음을 들었고 갑자기 전력이 끊겼다”며 “지상으로 올라와보니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고 말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현지 방송에 나와 이날 밤 늦게까지도 키이우시 주민의 80%는 전기와 수도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니스 모나스티르스키 내무부 장관은 “오늘 3개의 고층 아파트가 공격을 당했고, 10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폭격을 당한 키이우의 아파트에서 짐을 챙겨 빠져나온 주민은 “(폭격 당시) 2살짜리 아이가 잠자고 있었다. 아이를 잘 보호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하느님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전장과 멀리 떨어진 서부 도시 르비우는 전력과 수도 공급이 차단되면서 전차와 전기로 가는 트롤리버스 운행이 중단됐다고 지방 정부가 밝혔다. 북동부에 위치한 제2 도시 하르키우에서도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됐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운영사인 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군의 공습 여파로 원전 3곳이 가동을 중단했으나, 원자로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몰도바에도 불똥이 튀어, 국토의 절반 이상이 한때 정전 피해를 겪었다고 안드레이 스피누 몰도바 부총리가 밝혔다. 그는 이 가운데 90%는 이날 밤 전력 공급이 재개됐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남부 요충지 헤르손에서 밀려나는 등 곳곳의 전투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력 등 기반시설에 대한 폭격에 집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망의 절반 정도가 파괴되면서 겨울철 극심한 에너지 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든 형태의 ‘에너지 테러’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유엔에서 채택하도록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의 입법부에 해당하는 유럽의회는 이날 러시아를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유럽의회는 결의안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상대로 고의적인 공격과 잔학행위를 벌이고, 민간 기반시설을 파괴하며, 기타 심각한 인권침해와 국제 인권법 위반을 자행하는 것은 테러 행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조처는 법률적 후속 조처가 없는 상징적인 것이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한편, 러시아군의 전쟁 범죄 조사를 돕고 있는 영국 변호사 웨인 조다시는 이날 <로이터> 인터뷰에서 일부 러시아군 지휘관들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성범죄를 조장하거나 명령한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 조사가 주로 이뤄지고 있는 수도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벌어진 성폭력에 러시아군 조직이 개입했다는 증거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수복한 북동부와 남부 지역에 대한 조사가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러시아군의 성범죄가 얼마나 널리 자행됐는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양상을 볼 때 러시아군이 오래도록 점령했던 지역에서는 훨씬 광범한 범죄가 벌어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여성, 어린이, 남성 등에 대한 러시아군의 성폭력 수십건을 현재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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