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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러시아 영내 핵전력 기지 공격받아…우크라 드론이 폭격

등록 2022-12-06 17:16수정 2022-12-06 21:38

옌겔스·랴잔 공군기지의 Tu-95 전폭기 피해
우크라 국경서 650㎞ 거리…랴잔은 모스크바서 210㎞
우크라 무인기 장거리 폭격, 러 핵전력 안보에 비상
우크라이나 드론에 공격받은 러시아 사라토프의 옌겔스-2 공군기지. 위성 이미지 회사인 맥사 테크놀로지가 5일 수집하고 배포한 이미지. 러시아 핵전력 발진 기지인 옌겔스는 4일 우크라이나 드론에 공격을 받아, 장거리 폭격기 Tu-95 등이 피해를 입었다.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드론에 공격받은 러시아 사라토프의 옌겔스-2 공군기지. 위성 이미지 회사인 맥사 테크놀로지가 5일 수집하고 배포한 이미지. 러시아 핵전력 발진 기지인 옌겔스는 4일 우크라이나 드론에 공격을 받아, 장거리 폭격기 Tu-95 등이 피해를 입었다.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륙 깊숙한 곳에 위치한 공군기지 2곳을 무인기로 타격하는 대담한 공격을 벌였다. 이 두 기지는 러시아의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95가 발진하는 곳인데다 한곳은 수도 모스크바에서 불과 200여㎞ 떨어져 있어, 10개월째로 접어든 이번 전쟁의 향후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방부는 5일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이날 아침 키예프 정권(우크라이나)이 러시아의 장거리 비행기를 불능화하기 위해 옛 소련이 만든 무인기(UAV)를 통해 랴잔주 댜길레보 공군기지와 사라토프주 옌겔스 공군기지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공군은 우크라이나 무인기들이 저공비행할 때 이를 요격했다”면서도, 이번 공격으로 “비행기 2대가 표면에 경미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텔레그램에 기반한 러시아 매체 <바자>도 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옌겔스 기지의 공군 비행장 활주로가 선회 비행체에 의해 공격받았다고 전했고, 또다른 매체 <아스트라>는 피해를 입은 기체가 Tu-95라고 밝혔다. 러시아 언론과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 등을 보면, 기지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 공격으로 “두 기지에서 3명이 치명상을 입었고 4명이 다쳐 의료 시설에 후송된 뒤 필요한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와 언론이 밝힌 대로 이 기지에선 러시아의 주력 전략폭격기인 Tu-95가 발진한다. 특히 옌겔스 기지에는 Tu-95에 장착되는 핵탄두 저장 벙커가 있다.

이 전폭기는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전력·난방 시설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해 집중하고 있는 미사일 공격에 참가한 바 있다. 독일 <슈피겔>은 지난주 옌겔스 비행장이 분주한 활동을 보였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또다른 대대적인 미사일 공격을 준비하려는 것 같다”고 전한 바 있다. 이런 내용들을 묶어보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임박한 대대적인 공격을 막기 위해 두 공군기지에 선제공격을 벌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 공격이 전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것은 두 기지의 묘한 위치 때문이다. 이들은 각각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650㎞ 떨어진 러시아 영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무인기가 러시아 방공망에 탐지되지 않고 태연하게 날아 공격에 성공했다면 러시아 방공망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음을 의미한다.

러시아 언론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의 군사 전문기자 알렉산드르 코츠는 자신의 텔레그램에 “내 정보에 따르면, 옌겔스 비행장은 소련 시절 만들어진 Tu-141 스트리시 무인비행기에 의해 공격받았다”며 이들이 어떻게 러시아 방공망에 탐지되지 않고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었는지에 의문을 표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무인기가 “러시아 영내에서 650㎞를 자유롭게 통과했다”며 “소련에서 스텔스 기술이 추세가 되기 전에 이를 개발했다는 말인가? 모스크바도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비슷한 거리에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군사 블로거인 드미트리 코나니힌도 “러시아의 핵전력이 작은 드론으로 공격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공격이 이뤄진 지 몇시간 만에 러시아는 대대적인 보복 공습을 가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 공격이 이뤄진 직후인 5일 오후 3시께 “우크라이나의 지휘·통제 시스템과 관련된 방어 시설, 통신 허브, 발전소, 군부대가 정확한 장거리 공대지·함대지 미사일의 공격을 받았다”며 “정해진 17개 목표물에 대한 타격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70발의 미사일 중 60발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이 이 공격을 저지른 것인지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무언가가 다른 나라의 영공으로 발사됐다면, 미확인 비행체가 조만간 출발점으로 돌아올 것”이라고만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조해영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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