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눈독 서발칸 6개국, EU “어느 편에 설지 결정하라”

6일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 개최된 유럽연합-서부 발칸 정상회의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유럽연합 이사회 상임의장,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발칸반도 서쪽에 위치한 6개국 끌어안기에 나섰다.

유럽연합-서부 발칸국 정상회의가 이날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 열렸다고 6일 <에이피> (AP) 통신 등이 전했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과 알바니아·세르비아·몬테네그로·코소보·북마케도니아·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정상이 한 자리에 모였다. 서발칸 6개국은 모두 유럽연합 가입을 희망하며 수년째 가입 대기 중이다.

이날 유럽연합은 서부 발칸 지역의 에너지난 극복을 위해 10억유로(약 1조4000억원) 지원을 약속했다. 이 지역 기업과 취약 가정의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완화할 수 있게 5억유로를 즉시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이민자 관리, 사이버 보안, 교육과 청소년 정책 등도 함께 논의됐다.

유럽연합이 서부 발칸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까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칸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이날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러시아는 서부 발칸반도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고, 중국 또한 그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부 발칸 국가들은 우리와 가장 가까운 파트너이며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서부 발칸)은 어느 편에 서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 통계에 따르면, 서부 발칸 지역 총 무역량의 3분의 2는 유럽연합과의 무역이 차지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수년간 지연 끝에 올여름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와 회원가입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 10월 유럽연합은 보스니아에 가입후보국 지위를 부여하라고 회원국들에 권고했다. 하지만 서부 발칸 국가의 유럽연합 가입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 유럽연합 마지막 가입국인 크로아티아는 2013년 가입 최종 승인까지 10년이 걸렸다.

정상회의를 마친 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서부 발칸 국가들의 가입 전망에 대해 몇 년 전과 비교할 때 유럽연합 회원국 사이에 새롭고 더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됐다”고 말했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우리는 서부 발칸이 핵심 개혁을 이행하고, 유럽의 야망과 정신을 포용하려는 의지를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