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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우크라 침공 비판했던 러 ‘소시지 재벌’, 호텔서 의문의 추락사

등록 2022-12-28 11:32수정 2022-12-29 07:28

올해 12명 석연찮은 죽음 행렬
27일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 중심가에서 시민들이 성탄절과 새해를 기념하는 조명 장식 아래를 걷고 있다. EPA 연합뉴스
27일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 중심가에서 시민들이 성탄절과 새해를 기념하는 조명 장식 아래를 걷고 있다.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하는 내용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던 한 러시아 ‘올리가르히’(과두재벌)가 인도의 한 호텔에서 떨어져 죽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미묘하게 각을 세워온 러시아 재벌들의 시련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영국 <비비시>(BBC), 미국 <시엔엔>(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 모스크바 동부 블라디미르 지역의회 의원 파벨 안토프(65)가 지난 24일 인도 오디샤주 라야가다시의 한 호텔 3층 창문에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다고 인도 경찰이 밝혔다. 안토프는 블라디미르 의회 농업위원회 의장으로, 소시지 등을 만드는 육가공 업체 ‘블라디미르스키 스탄다르트’를 설립한 인물이다. <포브스>는 2019년 그의 재산이 약 1억4000만달러(약 1780억원)라고 추산했다.

안토프 의원과 함께 여행 중이던 친구 블라디미르 부다노프(61)는 그보다 불과 이틀 전인 22일 같은 호텔에서 숨졌다. <아에프페>(AP) 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경찰은 그가 과도한 음주와 약물 남용으로 심장 발작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안토프의 65번째 생일을 기념해 인도 동부 오디샤주로 여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경찰은 두 사람이 숨진 뒤 러시아영사관에 연락을 취했다며 이들의 주검이 곧 화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콜카타 주재 러시아 영사 알렉세이 이담킨은 러시아 <타스> 통신에 “우리는 두명의 러시아 시민이 사망했다고 알고 있고, 이들의 친척 그리고 인도 오디샤주 경찰서와 연락 중이다. 경찰은 이 비극적 사건에서 별다른 범죄 가능성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비비시>는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많은 러시아 거물이 의문의 사고로 연이어 숨졌고, 이들 가운데 다수는 공개적으로 전쟁을 비판한 바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이 정권 비판에 나선 것은 전쟁 이후 미국과 유럽이 쏟아낸 경제 제재로 적잖은 경제적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푸틴 독재’를 떠받쳐온 올리가르히를 겨냥해 “우린 유럽 동맹들과 당신들의 요트, 고급 아파트, 개인 비행기들을 찾아내 압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법무부는 이후 이들의 범죄를 추적할 수 있는 특별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11월 초 러시아의 최대 부호 25명의 자산이 주가 폭락과 사업 축소로 연초보다 무려 834억달러(약 105조7천억원) 줄었다고 전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전쟁에 이견을 드러내는 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안토프 의원은 지난 6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의 주거 지역에서 러시아의 폭격으로 한 남성이 사망하고, 그의 딸이 잔해 속에서 구조되자 자신의 와츠앱 계정에 “테러 외엔 뭐라고 부를 말이 없다”는 감상을 올렸다. 이 글은 곧 삭제됐고, 안토프는 자기 계정에 다른 누군가가 글을 올렸다고 해명했다. 또 자신은 푸틴 대통령의 지지자이자 애국자이며, 전쟁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시엔엔>은 적어도 지금까지 12명의 러시아 유명 기업인이 올해 자살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로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러시아 석유 대기업 루크오일의 수장 라빌 마가노프가 모스크바의 한 병원 창문에서 추락사했다. 또 루크오일 전 최고경영자 알렉산드르 수보틴도 지난 5월 모스크바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나톨리 게라셴코 모스크바항공연구소(MAI) 전 소장은 지난 9월 불특정 사고로 사망했고, 같은 달 블라디보스토크 극동·북극개발공사(KRDV) 최고책임자였던 러시아 사업가 이반 페초린은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주엔 잠수함 건조를 전문으로 하는 러시아 조선소 대표 알렉산드르 부자코프가 별다른 이유 없이 돌연 숨졌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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