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31일 중국 허베이성 스자좡의 한 쇼핑센터에서 송년 행사가 열리고 있다. 스자좡/신화 연합뉴스
중국이 10일 한국·일본에 대해 취한 비자발급 중단 조처를 다른 나라에까지 확장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 당국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한·일 외 다른 나라에도 비자발급을 중단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일부 국가가 중국에 대해 채택한 차별적 입국 제한 조처에 단호히 반대하며 상호 조처도 취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의도를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지 않는 중국식 화법을 쓰며,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조처를 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중국 관영 언론도 이날 중국 당국의 한·일 비자발급 중단과 관련한 보도를 하면서 이번 조처를 ‘1차 조처’라고 표현했다. 2차, 3차 조처가 나올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특히 중국이 한국뿐 아니라 일본도 비자발급 중단 국가에 포함하면서 추가 보복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 중국에 앞서 중국인에 대한 비자발급을 중단했지만, 일본은 비자발급을 중단하지 않고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핵산 검사만 의무화했다. 이번 조처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상호주의 원칙으로만 이뤄지지 않은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에 따라 일본과 비슷한 조처를 한 나라들도 중국의 추가 보복 대상이 될 가능성이 생겼다. 다만, 현재 중국발 입국자 전원을 대상으로 입국 후 전원 핵산 검사를 강제화한 나라는 한국·일본·대만 정도에 불과하다. 유럽연합은 최근 27개 회원국에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도록 했지만 핵산 검사 전원 의무화가 아닌 무작위 검사를 하도록 권장했다. 미국 역시 중국발 입국자 전원에 대한 핵산 검사는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이들 국가에 대해서는 비자발급 중단이 아닌 이보다 낮은 단계의 조처를 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한국을 첫 보복 타깃으로 삼은 것과 관련해선 중국이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상호주의’ 외에 한국에 대한 중국 내부의 불만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매체와 소셜미디어에는 중국에 대한 각국의 방역 제한 조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데, 유독 한국 정부의 조처를 비판하는 글이나 기사가 널리 퍼졌다. 일부 글의 경우 1억회 이상 읽히며 한국에 대한 공분을 끌어올렸다.
예컨대 중국인이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반드시 노란색 표식을 걸어야 하는데, 중국 누리꾼들은 이에 대해 ‘전 세계 입국자 중 중국인만 옐로카드를 걸게 한다. 모욕적이다’, ‘범죄자 취급을 한다’고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또 입국 후 확진될 경우 머물러야 하는 격리 시설의 환경이 좋지 않고 중국인의 필수품인 뜨거운 물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중국 당국이 한국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한다고 밝힌 직후인 10일 자정,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이런 내용을 보도하며 한국 정부가 해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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