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남부 네빈노미스크에 있는 비료 공장에서 복합 비료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네빈노미스크/타스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여파로 국제 비료 가격이 폭등하면서 주요 비료 수출국인 러시아가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15일(현지시각)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러시아의 비료 수출이 물량으로는 2021년 같은 기간보다 10% 정도 줄었지만 액수로는 70% 증가한 167억달러(약 20조6천억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의 비료 수입국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다. 러시아의 비료 수출 물량 감소폭은 전문가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적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러시아의 비료 수출액은 지난 2021년 중반까지 월 10억달러 안팎을 유지하다가 차츰 증가해 올해 들어서는 1~9월 내내 15억 달러 이상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가스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에너지 위기도 완화된 뒤인 10월 들어서는 15억 달러 밑으로 수출액이 줄었다.
식량농업기구는 지난 6월까지 러시아의 비료 수출 추세를 볼 때, 올해 전체 수출 규모가 333만5000t을 기록함으로써 지난 2010년 이후 최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9년 기준으로 전세계 칼륨 비료 수출의 19%, 질소 비료 수출의 15%, 인산 비료 수출의 14%를 차지한 비료 수출 대국이다.
올해 러시아의 비료 수출액이 크게 증가한 것은, 서방이 국제 식량 위기를 막기 위해 러시아 비료 업계를 우크라니아 침공에 대응한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비용 마련 등을 위해 인도, 터키, 베트남 등에 대한 비료 수출을 적극 확대해왔다.
국제 비료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상승하기 시작했으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유럽 등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을 줄인 여파로 유럽 비료 업계가 생산을 급격하게 줄이면서 더욱 빠르게 올랐다. 2006년의 국제 가격을 100으로 할 때, 지난해 5~6월에는 350을 넘는 수준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후 차츰 하락세를 보여, 연말에는 250 아래까지 떨어졌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신문은 전쟁 여파로 줄었던 러시아의 곡물 수출도 8월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연말에는 예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유엔의 중재를 통해 8월부터 흑해를 통한 두 나라의 곡물 수출을 재개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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