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 화난수산시장 앞 도로에 차량이 지나고 있다. 왼쪽 하늘색 가벽이 세워진 곳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출연한 것으로 지목되는 서쪽 시장이다. 우한/최현준 특파원
지난 23일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가 봉쇄된 지 꼭 3년째 되는 날이었다. 인구 1100만 명의 거대 도시는 2020년 1월23일부터 4월8일까지 무려 76일 동안 멈춰 섰다. 이 기간 동안 주민들 바깥 출입이 제한됐고, 병원과 식료품 가게 등을 제외한 모든 시설이 문을 닫았다. ‘감염되면 죽을 수 있다’는 바이러스의 공포 앞에, 천만 도시가 봉쇄되는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3년이란 시간이 흐른 26~28일 방문한 우한에서 처참했던 옛 흔적을 찾긴 어려웠다. ‘동양 최대’라고 선전하는 쇼핑센터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붐볐고, 창장(장강)에 줄지어 선 마천루는 화려한 야경을 뽐냈다.
“저기가 화난 수산시장이 맞아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처음 출현한 곳으로 지목되는 우한의 화난 수산시장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지도와 사진을 몇 번 확인하고도 근처 식당의 종업원에게 ‘이곳이 맞다’는 말을 들은 뒤에야 확신할 수 있었다.
2019년 말부터 시장 상인과 방문객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며 폐쇄됐던 화난 수산시장은 3년째 문을 걸어잠근 상태였다. 가로 50m, 세로 170m 정도의 시장은 3m 높이의 하늘색 가벽으로 철저히 막혀 있었다. 안경 도매시장이었던 시장 2층은 계속 운영되고 있었지만 수산물과 야생동물을 매매하던 1층 시장은 영업을 하지 않았다. 상인들은 우한 내 다른 시장으로 이주했고, 이곳이 화난 수산시장임을 알리는 간판은 모두 제거됐다. 아무 정보 없이 올 경우, 이곳에 시장이 있었음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시장 한 켠에 있는 작은 매점 주인은 ‘여기가 화난 수산시장이 맞느냐’는 질문에 귀찮은 듯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3년 동안 수많은 사람에게 비슷한 질문을 받았던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장 규모는 예상보다 작았다. 6차선 도로를 사이에 놓고 양쪽에 비슷한 크기의 시장이 나란히 위치해 있었다. 노량진이나 가락동 시장 규모를 상상했는데, 한국의 중소 시장 정도의 크기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처음 나타난 곳은 둘 중 서쪽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우한화난시장 앞을 가로지르는 왕복 14차선 도로의 모습. 오른쪽 상단에 화난수산시장이 있다. 우한/최현준 특파원
또 하나 의외였던 것은 시장의 위치였다. 수산물뿐만 아니라 너구리·박쥐 등 각종 야생동물이 거래된 시장이라고 해 외곽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도심 한 가운데 떡 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시장 앞에는 왕복 14차선 도로가 지나고, 주변엔 대규모 아파트 단지, 대형 병원, 현대적인 식당가, 28층 높이의 사회복지원 등이 자리해 있다. 한 택시 기사는 “화난 수산시장은 도심 한 가운데 있어 교통에 방해가 됐고, 이전 계획이 있었다”며 “코로나19 사건으로 일정이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시장이 도심 한 가운데 자리해 있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하는데 일조했을 것으로 보였다.
우한 도심에서 남서쪽으로 20㎞ 정도 떨어진 외곽에 있는 훠선산(화신산) 병원도 하늘색 가벽이 병원 터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 병원은 우한의 대표적인 임시 격리시설이다. 봉쇄 시작 당일 건설을 시작해 단 열흘 만에 컨테이너를 이어 붙여 1천여 개의 병상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화난 수산시장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출현한 곳이라면, 훠선산 병원은 이후 3년 간 이어진 중국 당국의 대규모 고강도 방역 정책을 상징하는 시설이다.
가벽 틈 사이로 들여다보니, 내부 컨테이너 시설은 모두 철거되고 잡풀만 우거져 있었다. 가벽에는 ‘드론 비행금지’라는 표지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붙어 있었다. 중국 누리집에는 훠선산 병원 내부 모습을 공중에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이 적지 않다. 우한은 2020년 초 감염자들이 크게 늘자 화선산 병원과 레이선산 병원 등 임시 병원을 짓고, 체육관을 수용시설로 개조하는 등 10여 곳의 격리 시설을 운영했다. 봉쇄가 해제되던 2020년 4월8일 우한의 누적 확진자는 5만8명, 사망자는 2571명이었다. 당시 중국 전체 누적 확진자의 61%, 사망자의 77%였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 외곽에 있는 훠선산병원 표지석. 병원 경계에 흰색 가벽이 세워져 있다. 우한/최현준 특파원
하지만, 중국 당국은 우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공식 견해는 미국 포틀랜드주에 있는 미군기지인 ‘포트 데트릭’의 미국 육군전염병의학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만들어졌고, 2019년 10월 우한에서 열린 세계 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군을 통해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터무니없게 들리지만, 중국 외교 당국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미국 기원설’을 조사해 달라고 수 차례 촉구했다.
하지만, 전 세계 과학자들의 연구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시작된 곳이 화난 수산시장임을 지목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판매되는 포유동물을 중간 숙주로 삼고 있던 바이러스가 2019년 말 별도의 두 가지 경로로 상인이나 쇼핑객들에게 전파돼 퍼져 나갔다는 것이다. 중국 우한의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바이러스가 만들어졌다는 주장도 있지만, 두 가지 바이러스 계통이 전파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실험실 제조설은 가능성이 떨어지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한/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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