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임기를 마치고 1일 귀국하는 강승석(64) 주우한 대한민국 총영사는 ‘아름다운 역행자’로 불린다.
강 총영사는 2020년 2월20일 새벽 아시아나항공 화물기를 타고 우한에 도착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출현으로 중국 당국이 우한을 봉쇄한 지 한달이 되어가는 무렵이었다. 당시 한국과 우한을 오가는 항공편이 끊겼지만, 구호물자를 실은 특별기가 편성됐다. 강 총영사는 4월 부임 예정이었으나, 정부 요구로 부임을 두달 앞당겼다. 우한에 총영사관을 둔 4개국(한국·미국·영국·프랑스) 중 미국과 영국이 철수하던 때, 한국 총영사가 조기 부임하자 중국 언론과 정부는 그를 ‘아름다운 역행자’라며 환대했다. 귀임을 앞둔 강 총영사를 27일 만났다.
―3년 전 부임 때 심경은?
“두렵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중국 가면 다 죽는 거로 생각해서, 가족들과 주변에서 많이 말렸다. 하지만 이미 부임하기로 돼 있었고, 정부가 조기 부임을 결정했다. 기꺼이 받아들였다. 나보다 2주 앞서 우한에 온 외교관도 있다.”
―조기 부임의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판단이었다. 교민들도 800명이 귀국했지만, 100명 이상 남아 있었다. 우한을 오래 비워둬서는 안 되겠다고 정부가 판단했고, 중국 쪽과도 논의가 있었던 것 같다.”
―당시 상황은 어땠나?
“하루 몇천명씩 확진자가 나오고 죽는 사람도 많았다. 도시가 완전히 봉쇄돼 거리에 차가 전혀 없었다. 총영사관 직원 30여명 중 20여명은 재택하고, 나를 포함해 7명만 합숙으로 출퇴근을 같이 하며 교민을 지원했다. 가장 두려웠던 건 우리 7명 중에 확진자가 나오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중국 당국 반응은?
“조기 부임의 효과가 상당했다. 중국은 체면을 중시하는데, 손상된 체면이 일부 회복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부임 다음날 후베이성 당서기와 면담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후에도 호의적인 태도로 많이 협조해줬다.”
―우한의 현재 상황은?
“지난해 말 ‘위드 코로나’ 전환 뒤 일상은 많이 회복됐다. 우한 당국은 코로나 발원지라는 오명을 씻는 것과 경제 회복을 하려 한다. 중국은 문화적 자존심이 세다. 야생동물 거래 등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가 생겼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봉쇄로 인한 소비 감소로 경제가 침체됐는데, 이를 서둘러 되살리려 하고 있다.”
―한·중 정부가 서로 비자 발급을 중단했는데.
“기업 하는 분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대기업 직원은 1년짜리 비자를 받아 영향이 별로 없지만, 중소기업은 6개월짜리 단기 비자를 받는다. 이 비자 발급이 중단됐다.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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