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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쓰던 산소호흡기 떼서 옆 환자에게…” 대지진이 할퀸 시리아

등록 2023-02-07 10:15수정 2023-02-07 21:23

내전에 대지진 겹쳐 병원도 마비
“복도까지 환자로 넘쳐” 지원 촉구
6일(현지시각) 시리아 반군이 점령한 지역인 북부 이들리브 지역의 한 병원 응급실로 지진 때문에 다친 어린이가 들어오고 있다. 이들리브/AFP 연합뉴스
6일(현지시각) 시리아 반군이 점령한 지역인 북부 이들리브 지역의 한 병원 응급실로 지진 때문에 다친 어린이가 들어오고 있다. 이들리브/AFP 연합뉴스

10년 이상 이어진 내전 때문에 폐허로 변한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 지역이 6일(현지시각) 인근 튀르키예(터키) 남동부에서 발생한 강력한 지진 피해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재난에 직면했다.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지역에서 6일 새벽 4시17분께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한 이후 하루 종일 여진이 이어지면서 인근의 시리아 북부 도시 다르쿠시도 대혼란에 빠졌다. 이날 하루 종일 현지 병원으로 부상자들이 몰려들면서 병원이 마비 상태라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어머니들이 아파서 우는 아이들을 달래는 모습이 병원 곳곳에서 목격됐고, 얼굴에 찰과상을 입고 치료를 기다리던 한 남성은 이웃 주민들 다수가 목숨을 잃었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병원 근처의 4층 아파트 건물에 살다가 부인, 4명의 자녀와 가까스로 빠져나왔다는 이 남성은 “다른 층에 사는 이들은 아무도 빠져나오지 못했다”며 “신께서 내게 새로운 삶을 허락하셨다”고 말했다.

인근 도시인 이들리브의 병원도 부상자들이 계속 몰려 들면서 마비 상태에 빠졌다. 이 지역에서 7년째 의료 활동을 하고 있는 영국인 의사 샤줄 이슬람은 이날이 최악의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환자가 쓰고 있는 산소 호흡기를 벗겨내 다른 환자에게 씌워주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며 “누가 생존 가능성이 높은지에 따라 치료할 환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오랜 내전 와중에 기반시설이 파괴되고 지원금도 줄면서 병원 운영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여러 병원이 전쟁 때문에 문을 닫았다. 내가 아는 한 4개 병원 가운데 3곳이 운영을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들리브 지역은 2012년 11월 시리아 정부군에 맞서는 반군이 점령한 이후 지금까지 정부군과 반군의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최근까지도 이슬람 과격 단체 알카에타의 분파 세력, 터키가 후원하는 ‘시리아 임시 정부’가 러시아의 지지를 받는 정부군과 간간이 전투를 벌였다.

반군 지역에서는 많은 피란민들이 임시 거처에 머물고 있고, 정부가 통제하는 인근 지역 주민 다수도 폭격 등으로 파괴된 건물에 살고 있어 피해가 특히 컸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 인권 관측소’는 시리아 북부 지역의 58개 마을이 지진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반군이 점령한 지역에서만 6일 밤까지 최소한 733명이 숨지고 2100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비정부 구호단체 ‘노르웨이 난민위원회’의 중동 담당 책임자 카르스텐 한센은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재난으로 극심한 인도주의 위기에 직면한 시리아인들의 고통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수백만명이 전쟁 때문에 집을 떠난 이후 재해 때문에 또 다시 많은 사람이 떠돌이 생활을 할 판”이라고 경고했다. 시리아 북부와 튀르키예 남부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시리아 미국 의학 협회’도 성명을 내어 이 지역 병원들이 복도까지 환자로 넘쳐나는 상황이라며 외상 치료 용품과 구호품 긴급 지원을 촉구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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