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이 9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을 만난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 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왼쪽), 샤를 미셸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손을 맞잡고 있다. 브뤼셀/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9일(현지시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선 10차 제재 방안을 조만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이날 100억유로(약 13조5500억원) 규모의 새로운 수출 규제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러시아의 선전·선동 매체를 겨냥한 제재도 10차 제재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대통령)의 선전 매체들이 러시아와 외국에서 거짓말로 해악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겨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 제재가 “러시아의 전쟁 기계들을 더욱 궁핍하게 만들고 경제의 근간을 흔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앞서 지난 3일 우크라이나에서 열린 유럽연합-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전쟁 1년을 맞는 오는 24일 전까지 10차 제재안을 시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구체적인 제재안이 공개될 전망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가 요구하고 있는 신속한 유럽연합 가입에 대해서는 신중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집행위가 우크라이나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가입 절차엔) 엄격히 정해진 일정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절차는 성과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6월 유럽연합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받았지만, 정식 회원국이 되려면 노동부터 지적재산권에 이르기까지 정치·사회·경제·인권 등 국가 전반의 규제 기준과 법률을 유럽연합 기준에 맞춰야 한다. 이 때문에 정치적 결단만으로 우크라이나를 유럽연합에 가입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한편, 이날 유럽연합 27개국 특별 정상회의에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투기 등 군사 무기를 지원받는 문제와 관련해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각각의 무기 지원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며 “이러한 신호가 구체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다수의 유럽 국가 정상들로부터 항공기를 포함해 필요한 무기를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일부 회원국들과 양자 회담에서 전투기 등 항공기 지원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