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해를 통해 러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에서 지난해 9월 27일(현지시각) 누출된 가스 거품이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다. 보른홀름섬/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9월말 일어났으나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노르트스트림1·2 가스관 폭파 사건을 수사 중인 독일 당국이 범행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선박을 수색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독일 연방검찰은 8일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파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선박을 지난 1월 수색했으며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독일 연방검찰 발표 하루 전날인 7일 독일 공영방송인 <아에르데(ARD)>, <남서독일방송>(SWR)과 신문 <차이트>는 독일 당국의 수사 내용을 공동 취재해 보도했다.
<아에르데> 방송은 “가스관을 파괴한 이들이 누구인지 증거는 없지만 흔적은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향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 방송은 수사관들이 가스관 폭파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요트를 수색했다며, 요트는 폴란드에 있는 회사에서 대여한 것으로 회사는 우크라이나 사람으로 보이는 2명의 소유였다고 전했다. 요트는 지난해 9월 6일 독일 발트해 항구 로스토크에서 출항했고 폭파 사건 현장인 보른홀름의 북서쪽에 있는 덴마크 섬인 크리스티안쇠에서 포착됐다.
독일 수사당국은 배를 수색해서 폭발물의 흔적을 발견했으나, 누가 이 공작을 의뢰했는지를 밝힐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방송은 서방의 한 정보기관이 지난해 가을 가스관 폭파 직후 유럽 국가의 정보기관에 우크라이나 특공대가 가스관을 파괴한 것으로 보인다는 정보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후 친우크라이나 단체가 벌인 일수도 있다는 정보도 있었다고 전했다. 방송은 공작팀은 선장 1명, 잠수부 2명, 보조원 2명, 의사 1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됐고, 이들이 폭탄을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이들의 국적은 불명확하고 사용한 여권은 가짜였다고 전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실제로 무엇이 확인됐는지 두고 봐야만 할 것이다”며 “가설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명확해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만 말했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책임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는 가능성도 똑같이 크다”고 말했다. 친우크라이나 단체들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기만 행동일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지난해 9월 26일 밤 러시아에서 독일로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2에서 폭발 사건이 일어났다. 발트해에서 일어난 이 사고로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을 이용해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스를 수송하지 못하게 됐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가스관을 폭파했는지가 미궁에 빠진 가운데 지난달 초 미국의 탐사보도 언론인 시모어 허시가 노르트스트림 폭파 사건은 미 해군 심해 잠수부들을 동원해 벌인 미국의 공작이라고 주장하는 보도를 했다. 이후 지난 7일 <뉴욕 타임스>가 이름을 밝히지 않은 미국 관리들 말을 인용해 친우크라이나 세력 연루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친우크라이나 단체들이 가스관을 터뜨린 것 같은데 우크라이나 정부와 미국 정부가 벌인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으로, 우크라이나 정부의 대리세력 소행일 가능성도 남겨놓은 보도였다.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 마리아 자하로파는 7일 <뉴욕 타임스> 보도에 대해 “법적인 틀 내에서 수사를 하기를 원치 않고, 모든 수단을 써서 대중들의 주의를 분산시키려고 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즉,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정부 차원의 개입이 없는 친우크라이나 세력 소행으로 사건을 몰고 가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같은날 독일 <아에르데> 방송 등이 독일 수사당국 수사 내용에 대해 보도했고, 이튿날 독일 검찰도 수사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