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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바흐무트의 절망…떠나지 못한 80대 노인 “죽이면 죽으리라”

등록 2023-03-13 10:45수정 2023-06-25 15:30

우크라 “적군 일주일 새 1100명 사망”
러 “우크라군은 하루 동안 220명 숨져”
우크라이나 동부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서쪽으로 10㎞ 떨어진 차시우야르에서 한 주민이 폭격으로 파괴된 집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다. 차시우야르/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서쪽으로 10㎞ 떨어진 차시우야르에서 한 주민이 폭격으로 파괴된 집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다. 차시우야르/AFP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 점령 시도를 늦추지 않고, 우크라이나군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양쪽 모두에서 막대한 전사자가 나오고 있다. 바흐무트와 인근 주민들은 지속되는 전투에 절망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밤 연설에서 “지난 6일부터 약 일주일 동안 바흐무트 지역에서만 적군 1100명을 죽였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바흐무트 지역에서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겪고 있다며 크게 다쳐 작전 참가가 불가능한 러시아 군인도 1500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우크라이나군은 24시간 동안 자신들의 공격으로 숨지거나 다친 러시아 군인이 500명을 넘는다고 주장했었다.

러시아 국방부도 이날 자국군이 바흐무트에서 군사 작전을 이어가면서 24시간 동안 우크라이나군 220명을 죽였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보병 차량 1대, 장갑차 3대, 기타 군 차량 7대, 곡사포 1기도 파괴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이 바흐무트 시내 동쪽을 장악한 가운데 시내 서쪽을 통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은 후퇴하지 않고 계속 싸울 것을 다짐하고 있다. <로이터>는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반격을 준비할 시간을 벌기 위해 바흐무트 사수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군의 바흐무트 점령 작전을 주도하고 있는 용병집단 바그너(와그너)그룹의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도 바흐무트 상황이 만만치 않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을 통해 “바흐무트 상황은 어렵다, 아주 어렵다. 적군이 1m 단위로 배치돼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내 중심으로 가까이 갈수록 전투가 더욱 치열하다”고 덧붙였다. 바그너그룹은 바흐무트를 남북으로 가르는 바흐무트카강 동쪽을 장악한 가운데 강 서쪽에 위치한 시내 중심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바흐무트를 교두보로 삼아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는 도네츠크주 북부 지역 점령을 꾀하면서, 인근 도시 폭격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군은 도네츠크주 중부 도네츠크시 등 2014년 4월부터 친러시아 반군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에 대한 폭격에 나섰다.

전투 지역이 확대되면서 주민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도네츠크시 주민 스베틀라나 보이코(66)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가 폭격에 손상됐다며 “그동안 포탄이 피해를 입히지 않고 하늘 위로 지나갔는데, 2014년 이후 처음으로 건물이 파괴됐다”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바흐무트에서 서쪽으로 10㎞ 떨어진 인근 도시 차시우야르의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겪는 피해는 더욱 극심하다. 차시우야르 주민 발렌티나(82)는 지속되는 폭격에 지칠 대로 지쳐서 죽음도 개의치 않는 심정이라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그는 “집 소파에서 막 잠이 들려는 순간 폭격이 시작되어 꼼짝도 못한 채 ‘그들이 날 죽이면 죽겠지 뭐’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발렌티나는 지친 목소리로 “하느님, 이제 더는 견디지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폭격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 도시는 전기·가스는 물론 식수 공급까지 끊겼다. 러시아 침공 전 1만3천여명이 살던 이 도시는 현재 대부분의 주민이 떠나고 유령 도시처럼 바뀌었다.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 함락에 대비하는 듯 최근 들어 이 도시에서 참호 구축을 시작했다고 <아에프페>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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