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연방보안국(FSB)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서 아동을 불법으로 이주시켰다며 17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국제형사재판소 전심재판부는 이날 오후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2월22일 검찰 청구를 토대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킨’ 전쟁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볼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재판부는 “이같은 범죄가 침공 당일인 지난해 2월24일부터 시작됐다”며 “해당 행위를 저지른 민간 및 군 하급자들에 대한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날 푸틴 대통령과 함께 마리야 리보바-벨로바 러시아 대통령실 아동인권 담당 위원에 대해서도 동일한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국제형사재판소가 공식적으로 러시아 최고위급 인사를 피의자로 특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원수급으로는 수단의 오마르 알 바시르 전 대통령,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에 이어 세 번째 체포영장 발부 사례라고 <로이터>가 전했다.
수사를 총괄하는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 검사장은 “우리가 확인한 사건에는 최소 수백명의 우크라이나 아동이 고아원과 아동보호시설에서 납치돼 (러시아로) 강제로 이주당한 사실이 포함된다”며 “아동 다수가 이후 러시아에 입양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칸 검사장은 “아동들에 대한 러시아 시민권 부여가 신속히 이뤄져 러시아 가정에 수월하게 입양될 수 있도록 푸틴의 대통령령을 통한 법 개정도 이뤄졌다”며 “아이들이 전쟁의 전리품처럼 취급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 신병 확보가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국제형사재판소의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당사국은 절차에 따라 체포와 인도 청구를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2016년 국제형사재판소를 탈퇴해 비회원국이어서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형사재판소의 영장 발부에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전쟁범죄 책임을 묻기 위한 절차의 시작”이라며 “면죄부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드미프리 페스코프 러 크렘린궁 대변인은 국제형사재판소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이런 종류의 어떠한 결정도 법의 관점에서 무효하고 효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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