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이 18일(현지시각) 크림반도 강제 병합 9주년을 맞아 현지를 방문해 고대 그리스 유적지인 케르소네소스 유적지 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세바스토폴/러시아대통령실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사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9주년을 맞아 크림반도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날 크림반도 최대 도시 세바스토폴을 방문해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시장의 영접을 받고 새로 세워진 어린이 예술학교 등을 둘러봤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라즈보자예프 시장은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세바스토폴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뒤 직접 차를 몰고 시내를 둘러봤다고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애초 예술학교 개원식에 화상으로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예고 없이 직접 방문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의 크림반도 방문은 지난 2014년 3월 18일 러시아가 크림반도 친러시아 세력과 크림반도 병합 조약을 체결한 뒤 처음이다. 이번 방문은 극비리에 추진돼 국영 언론사들도 현장 방문 영상이 텔레비전을 통해 공개된 이후에야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러시아는 2014년 2월 22일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축출되자, 우크라이나에 속한 크림반도 강제 병합에 나섰다. 러시아군이 주둔한 가운데 3월 16일 주민투표를 통해 병합안이 통과되자, 푸틴 대통령은 이틀 뒤 병합 조약에 서명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한 상태에서 이뤄진 주민투표는 무효라며 이 땅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크림반도와 세바스토폴의 안보에 대한 어떤 위협도 막아낼 것이라고 밝히는 등 크림반도를 포기할 뜻이 전혀 없음을 재확인했다. 그는 또 이날 우크라이나 전투에 참여하고 있는 자원병이나 용병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그들에 대한 거짓 정보 유포를 처벌하는 법에 서명하는 등 내부 단속도 더욱 강화했다. 전날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아동 강제 이주를 이유로 자신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한 것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한편,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시내에 포위된 자국군에게 물자를 보급하는 통로를 유지하면서 러시아군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강하게 저항하면서 러시아군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전날에만 러시아 군인 193명이 숨지고 199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군은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남부 헤르손주 등 다른 지역에 대한 공습도 이어갔다. 이날 공습으로 헤르손주 벨레텐스케의 일부 가옥과 보육 시설이 파괴됐다고 현지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군이 공습에 동원한 드론 16대 가운데 11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바흐무트 전투의 최전방에 용병들을 투입하고 있는 러시아 용병집단 바그너(와그너)그룹은 오는 5월 중순까지 3만명의 용병을 추가로 모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그너그룹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렇게 밝히고, 러시아 내 42개 도시에 용병 모집 센터를 열어 매일 500~800명을 새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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