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공습으로 폭파된 건물의 화재를 소방대원들이 진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비상계획부 제공
러시아가 키이우 등에 대대적인 미사일 공습을 가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대거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패트리엇 방공망을 파괴했다고 맞섰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들은 러시아가 1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대대적인 공습을 가했다고 전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이날 러시아가 북·남·동 방면에서 키이우를 향해 18발의 공대지, 함대지, 지대지 미사일을 쏘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구체적으로 러시아가 이날 흑해 함정에서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 9발, 지대지 미사일 3발, 공대지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6발을 쐈다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번 공습이 지난해 2월 말 개전 이후 “단시간 내에 이뤄진 최대의 미사일 공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공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가동됐는 듯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이날 공습으로 로켓 잔해가 동물원이 있는 도심에 떨어졌지만 사람과 동물의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달 초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이 드론의 공격을 받은 뒤 보복을 다짐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습을 강화해왔다. 특히 이달 들어서만 수도 키이우를 향해 8번이나 미사일 발사 등 공습을 가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이날 쏜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6발 모두를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주에도 요격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킨잘을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통해 잡아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국방부는 이후 이 사실을 공식 확인한 바 있다. 킨잘은 전투기 등에 탑재해 공중에서 쏘는 극초음속 미사일로 마하 5이상의 속도로 비행한다. 사정거리는 2000㎞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주장과 달리 킨잘을 그렇게 많이 쏘지 않았고, 미사일이 격추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이 공습으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패트리엇 방공망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킨잘을 동원한 고정밀 타격으로 키이우의 미국산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 방공망이 지난 하루 동안 우크라이나가 발사한 영국산 장거리 순항 미사일인 스톰 섀도 7기를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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