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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우크라 반격으로 되찾은 지역 가보니 ‘유령 마을’

등록 2023-06-14 11:16수정 2023-06-14 20:29

“문명의 흔적은 파괴된 약국과 식료품점뿐”
전선 인근 지역 아파트 폭격으로 11명 사망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해방시킨 도네츠크주 중서부 마을 네스쿠치네의 한 식료품 가게 건물 위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 있다. 네스쿠치네/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해방시킨 도네츠크주 중서부 마을 네스쿠치네의 한 식료품 가게 건물 위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 있다. 네스쿠치네/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중부 지역의 한 아파트가 폭격을 당해 민간인 11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진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으로 되찾은 동부 전선 지역이 인적을 찾을 수 없는 ‘유령 마을’로 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 통신과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1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되찾은 도네츠크주 중서부 지역의 네스쿠치네를 직접 둘러본 결과, 사람의 자취라고는 버려진 식료품 가게 건물 정도뿐이었다고 보도했다. 포탄을 맞아 제 모습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식료품 가게의 폐허 위에는 우크라이나 국기가 게양돼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나무가 늘어선 거리를 따라 줄지어 있는 작은 집들 중 멀쩡한 곳은 한채도 없었다. <로이터>는 “멀리서 들리는 포격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만이 이 작은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고 전했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도 찾기 어려웠다. <비비시>는 “문명의 유일한 흔적은 파괴된 약국과 식료품 가게뿐이었다”며 참호 같은 군사 시설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방송은 작은 소총 자국이 무수히 난 건물들만이 이 지역에서 치열한 근접 전투가 벌어졌음을 전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이 마을에서 전사한 러시아 군인 3명의 시신을 목격했다며 시신 한구는 거리에 버려져 있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방위군 소속의 한 병사는 “드론을 통해서 이 병사가 숨지는 걸 봤다”며 “그의 동료들이 그를 부축해주다가 여기에 놔두고 가버렸다”고 주장했다.

<비비시> 취재진을 안내한 우크라이나 군인은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으려고 했다. 그는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야산이나 버려진 정원 등에 숨은 러시아군의 박격포 공격이 주기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군이 산등성이 너머에 여전히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은 “갑자기 3곳에서 포연이 치솟아 빠르게 이동했다”며 이곳 상황은 지난해 4월초 우크라이나군이 수도 키이우 주변 지역을 되찾았을 때와는 대조적으로 아주 유동적이라고 지적했다.

네스쿠치네 마을은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도네츠크주의 주도 도네츠크시에서 서쪽으로 약 100㎞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이 마을은 2014년 봄 친러시아 분리독립 세력이 내전을 일으켰을 때 잠깐 분리독립 세력의 통제를 받은 바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2월말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개시 직후 이 마을을 다시 점령했으며, 점령 1년여 만에 해방됐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지역에서 남쪽으로 아조우해 해안까지 진격함으로써 도네츠크주를 서쪽의 헤르손주, 크림반도 등과 연결하는 육상 보급 통로를 차단하려 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우크라이나군이 본격적인 반격 작전에 나서면서 도네츠크주 남서부, 자포리자주 중부 등지에서 전투가 격화하는 가운데 이날 아파트가 폭격당해 11명의 민간인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남부 전선에서 조금 떨어진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크리비리흐에서 이날 5층 짜리 아파트와 식품 저장 창고가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당해 민간인 11명이 숨지고 28명이 다쳤다. 시 당국은 이날 새벽 3시20분께 러시아군이 발사한 미사일 6기 가운데 한기가 떨어지면서 건물들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아파트 주민 비라(40)는 “폭발음과 함께 섬광이 번쩍인 뒤 모든 게 불타기 시작했다”며 “공포에 빠진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일부는 발코니에서 뛰어내려 탈출했다”고 전했다.

크리비리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고향이다. 그는 폭격 뒤 소셜미디어에 올린 짧은 성명에서 “불행하게도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테러리스트들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그들이 쏜 미사일 한발 한발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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