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보 핫라인 ‘나는 살고 싶다’를 소개하는 전단지. 트위터 계정(hochuzhit_com) 갈무리
러시아군에게 우크라이나군에 투항할 수 있는 핫라인을 안내한 전단지를 붙인 혐의로 구금된 러시아 활동가가 수감 한 달만에 숨져 고문 의혹이 번지고 있다.
15일 <모스크바 타임즈>에 따르면, 러시아의 반전 운동가 아나톨리 베레지코프(40)가 러시아 당국에 체포된 뒤 구금 중 고문으로 숨졌다고 그의 변호사가 러시아 인권단체 ‘오브이디 인포’(OVD-Info)를 통해 14일 주장했다. 베레지코프의 변호인 이리나 가크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영상을 올려 “15일 석방 예정이었던 그가 하루 전날 영안실로 옮겨졌다”며 이처럼 말했다. 반전 운동을 한 혐의로 구금된 러시아인이 수감 중 사망 한 것은 베레지코프가 처음으로 추정된다고 미국 <뉴욕타임즈>는 전했다.
베레지코프는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에서 남쪽으로 60㎞ 떨어진 도시 로스토프나도누 시내에 러시아군의 투항을 독려하는 전단지를 붙인 혐의로 지난달 지역 경찰에 구금됐다. 그는 자택에서 경범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뒤 인근 구치소에 수감됐다. 러시아 당국이 문제 삼은 전단지는 우크라이나 군대에 투항하려는 러시아 군인들을 위해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이 만든 핫라인 ‘나는 살고 싶다’를 알리는 내용이다. 다만, 그는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의 변호사 이리나 가크는 베레지코프를 면회하려던 14일 의료진이 베레지코프의 주검을 구급차에 싣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베레지코프가 수감돼있던 구치소 교도관은 당시 가크에게 베레지코프가 시설에 없다고 말했다고 가크 변호사는 전했다. 또한, 당직 교도관은 후에 ‘오브이디 인포’에 “베레지코프가 자살했다”고 말했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가크 변호사와 인권단체에 따르면, 베레지코프는 사망하기 며칠 전 갈비뼈가 부러졌으며 구타 흔적이 몸에 남아 있었다며 구금 중 폭력의 고통을 호소했다. 가크 변호사는 사망 전날 그의 주검에서 테이저총 자국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은 베레지코프를 반역죄로 기소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인권단체들은 주장했다. 베레지코프가 경범죄 혐의로 행정처분을 받은 뒤 세 차례 연속 구금됐는데, 이는 러시아가 반역죄를 적용하는 패턴이라는 것이다. 러시아 경찰과 구치소는 <로이터>, <뉴욕타임즈> 등의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인권단체 ‘오브이디 인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시된 지난해 2월 이후 러시아에서 약 2만명의 시민이 반전시위에 참여한 혐의로 체포됐고 대다수 석방됐으나, 약 600명이 기소됐다고 집계했다. 기소된 시민 중 37명이 고문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단체는 밝혔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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