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다음 달부터 반도체 재료 등으로 쓰이는 갈륨·게르마늄의 수출 통제를 예고한 가운데, 한국이 최근 5년 동안 두 재료의 각각 52%와 87%를 중국에 의존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관세청 누리집의 수출입 무역 통계를 보면, 2019~2023년 갈륨의 전체 수입량은 54.2t(수입금액 1327만달러)였다. 이 가운데 중국으로부터 수입량은 28.2t으로 전체의 52.0%(수입금액은 642만달러)였다. 수입 추이를 보면, 2019년 5.7t, 2020년 13.4t, 2021년 3.5t, 2022년 3.3t이었고, 올해 들어 5월까지는 2.2t이었다. 2020년을 정점으로 이후 차츰 줄었지만, 올해는 전년에 비해 다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중국 외에 벨기에(19.3t)와 미국(4.3t), 일본(2.0t), 스웨덴(0.2t), 독일(0.1t) 등으로부터도 갈륨 25.9t을 수입했다. 2020년은 벨기에에서 14.3t을 수입해, 중국(13.4t)보다 더 많았다.
게르마늄은 2019~2023년까지 5년 동안 총 수입량이 13.6t(수입금액은 1178만달러)였다. 이 가운데 중국에서 수입은 11.9t으로 87.5%(수입금액 980만달러)였다. 수입 추이를 보면, 2019년 0.5t, 2020년 7t, 2021년 1.6t, 2022년 2t, 2023년 0.8t이었다. 갈륨과 마찬가지로 2020년을 정점으로 이후 크게 감소했다. 중국 외에 게르마늄을 수입한 국가는 러시아로 1.3t이었다. 사실상 중국·러시아에 수입을 전량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 외에, 산화갈륨과 질화갈륨, 산화게르마늄 등 여러 화합물을 동시에 수출 통제 대상에 올렸는데, 이들 역시 중국 의존도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지난 3일 오후 성명을 내어 다음달 1일부터 갈륨과 게르마늄 및 그 화합물이 수출 통제 대상이 된다고 발표했다. 이들 금속을 수출하려면 중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수출업자들은 해외 구매자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보고해야 한다. 상무부는 필요할 경우 수출 허가 검토가 국무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수출 통제에 나선 갈륨은 반도체와 발광다이오드(LED), 태양광 패널을 위한 광전지 패널 제조 등에 사용된다. 게르마늄은 광섬유와 적외선 카메라 렌즈 등의 제조에 사용된다. 특히 갈륨은 유럽연합(EU)이 핵심적인 산업 원료로 분류하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중국은 두 광물 세계 생산량의 80% 정도를 차지한다. <아에프페> 통신이 인용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2020년 통계를 보면 중국은 전 세계 갈륨 생산의 80%, 게르마늄 생산의 80%를 담당하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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