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렘린궁에서 화상으로 러시아 안보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내달 22일부터 3일 간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게 “베스트 솔루션”이라고 밝혔다.
15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다음달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 대해서 논의했다. 중국·러시아·인도·브라질·남아공 등 각 대륙을 대표하는 5개국의 협의체인 브릭스는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상대로 힘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여하는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지난 3월 우크라이나에서 아동을 불법 이주시킨 전쟁 범죄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이다. 남아공은 국제형사재판소의 설립 근거가 되는 로마협약에 서명한 국가이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방문다면 그를 체포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로이터> 통신은 그로 인해 라마포사 대통령은 난처한 입장에 처해있다고 전했다.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은 푸틴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 직접 참석할지 여부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남아공은 일단 푸틴 대통령을 초청하긴 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폴 마샤틸레 부통령은 14일 남아공 매체 <뉴스24>와 인터뷰에서 “우리(남아공 정부)는 여전히 푸틴에게 오지 말라고 설득하고 있다”며 “우리에게 큰 딜레마”라고 말했다. 이어, “이건 거의 친구를 집에 초대해놓고 체포하는 것과 같다. 그가 오지 않는 게 베스트 솔루션”이라고 말했다. 마샤틸레 부동령은 브릭스 국가들에게 △정상 회담 개최장소를 중국으로 옮기는 방안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지 않고 대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보내는 방안 △화상 정상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지만, 모든 회원국들이 이를 받아들이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샤틸레 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을 체포하지 않을 경우 남아공에 미칠 서방의 제재 등의 효과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루번 브리지티 주남아공 미국 대사가 러시아 화물선이 지난해 12월 남아공에서 무기를 선적했다고 공개 주장한 뒤 채권과 통화 가치가 떨어지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고 <뉴스24>는 전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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